Page 4 - 고경 - 2015년 10월호 Vol.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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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아견
                                                                               여, 그 순간에 표면에 나타나 있는 번뇌의 습기와 장래에 싹

                                                                               을 틔울 가능성이 있는 번뇌의 종자를 함께 없앴기 때문에,
                                                                               수행의 계제(階梯)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해오(解悟)나 증오
            연수의 돈오돈수론                                                          (證悟)등을 설치하는 것은 아직까지 중하근(中下根)의 사람

                                                                               들을 이끌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연수 선사의 이해에 의하면 상상근(上上根)의 사람(돈오돈수
                                                                               를 행하는 사람)은 마음의 공적(空寂)을 ‘돈오’한 순간에 현재와
            _  원택 스님
                                                                               미래의 모든 번뇌를 멸진하였기 때문에 수행의 점차를 필요

                                                                               로 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대하여 종밀 선사는 “중하근(中下
                                                                               根)의 사람은 심(心)의 공적(空寂)을 알고 믿는다 할지라도, 미
                                                                               세한 번뇌를 순간에 없앨 수가 없기 때문에 ‘해오(解悟)’와 ‘증
            종밀 선사가 입적한 100년 후 연수 선사가 그의 이론을                                    오(證悟)’ 등의 점차(漸次)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섭취하면서 새로운 수증론(修證論)을 구축하였습니다. 그것                                        ‘돈오돈수’나 ‘돈오점수’라고 하는 언어 자체는 종밀 선사
          은 의논의 전제인 인간관(人間觀)을 전환하여서 종밀 선사가                                     가 사용한 것이지만, 종밀과 연수와의 수증론의 구조가 달

          일반의 중생들은 실천 불가능한 것으로 본 ‘돈오돈수(頓悟頓                                     랐던 것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修)’를 연수 선사는 실천 가능한 것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권                                      종밀 선사가 납자들에게 제시하는 수증론은 ‘해오(解悟)-
          한 것입니다.                                                              점수(漸修)-증오(證悟)’라고 하는 단선적인 것인데 대하여 연

            연수 선사가 종밀 선사와 다르게 돈오돈수, 돈오원수(頓悟                                    수 선사는 상상근(上上根)의 ‘돈오(頓悟)-돈수(頓修)’와 중하근
          圓修)를 자기의 입장으로 한 것은 대체 어떠한 이유일까요?                                     (中下根)의 ‘돈오(頓悟)-점수(漸修)’라고 하는 두 개의 흐름을
          점수(漸修)가 아닌, 돈수・원수에 입각한 연수 선사의 수증                                     설정하여서, 복선적인 구조로 수증론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론은 불교사(佛敎史)에 있어서 어떠한 위치를 접하게 되는                                        연수 선사가 종밀의 수증론에 가한 개변 (改變)은 이것에
          것일까요?                                                                그치지 않습니다. 종밀 선사가 ‘돈오점수’를 선양하는 배경

            연수 선사는 말합니다.                                                       에는 마조선에 대한 비판이 있었지만 연수 선사는 마조선에
            “상상근(上上根)이라면, 심(心)이 공(空)함을 돈오(頓悟)하                                 대하여 종밀과는 전혀 다른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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