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고경 - 2015년 10월호 Vol.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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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것입니다. 마조 선사는 이러한 일심 (一心)을 단적으로

                                                                               열어 보이고(開示), 그 접화(接化)를 받은 상상의 근기(上上根
                                                                               機)의 납자는 덕성과 선행을 갖춘 청정한 일심(一心)을 원만
                                                                               히 깨닫기 때문에, 번뇌를 제거해야 할 ‘점수(漸修)’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거기에 대하여 종밀 선사의 교화
                                                                               대상에는 일심 (一心, 所全)을 볼 수 없는 열악한 근기를 가진

                                                                               납자가 포함되어 있기에, 각각의 능력에 따라서 적절한 이해
                                                                               가 얻어져야 하므로 모든 언어 (能全)를 단계적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연수 선사는 마조 선사의 접화(接化)를

                                                                               상상근기 (上上根機)를 대상으로 함으로, 다양한 아래근기를
                                                                               대상으로 하는 종밀 선사의 가르침보다도 고차적인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조 선사를 불완전한 ‘돈오(頓悟)’에 안주하는 ‘임
                                                                               병 (任病)’이라고 비난한 종밀 선사와는 전혀 다른, 연수 선사

                                                                               의 독자적 이해입니다.
                                                                                 종밀 선사는 단계적인 수행의 도(道)를 약으로써 병을 치
                                                                               료하는 과정으로 비유하고 있지만, 연수 선사에 있어서는 ‘상

                                                                               상근(上上根)’이 가는 도(道)는 ‘바로 지금 무심(無心)하여서
          돈오돈수를 주창했던 성철 스님                                                     약과 병을 함께 없애 교(敎)와 관(觀)을 모두 쉬게 한다’고 하
                                                                               는 말씀과 같이 약과 병을 함께 해소하는 경계인 것입니다.
            연수 선사의 이해에 의하면 모든 언어(能全)의 말하는 대                                      이와 같이 연수 선사는 상중근(上中根) 이하가 가는 도(道)
          상(說示對象=所全)은 모두 일심(一心)이며, 그 일심(一心)에는                                  로서 규봉 선사의 ‘돈오점수’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그것을

          ‘무루의 성덕 (無漏의 性德)=깨끗한 德性’과 ‘진여의 만행(眞理                                 초월하는 ‘상상근(上上根)’의 도(道)로서 ‘돈오돈수’를 제시함
          의 萬行=진리에 향해가는 일체의 善行)’이 본래적으로 갖추어져                                   으로써 복선적인 수증론을 구축하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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