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고경 - 2016년 6월호 Vol.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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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아견 ● 글 _ 원택 스님
흐르는 세월
성철 스님과 법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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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문득 “아! 내 나이가 벌써 40, 불혹(不 의 큰스님 슬하에서 전전긍긍하며 보낸 세월이었습니다.
惑)의 나이네.” 하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 해 내내 “인생 하루는 성철 큰스님께서 부르시더니 “법전 스님이 해인사
칠십, 살기가 옛날부터 드문 것이라 하는데 이제 산 날보다 주지를 재임할 터이니, 니가 내려가서 총무를 맡아서 대불 불
떠날 날이 적게 남았네.” 하는 생각에 ‘불혹앓이’로 한 해를 사가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주지스님을 잘 보좌해라.”고 하
보냈던 기억입니다. 셨습니다.
10년이 못돼 제 나이 쉰 살이 된 1993년 11월에 큰스님께 20년 가까이 살던 백련암을 떠나기가 아쉬웠지만 큰스님
서 열반에 드시니 큰스님을 시봉한 절집 22년의 세월이 눈 의 말씀에 따라 1990년 2월에 해인사 총무로 내려와서 소임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 버렸습니다. 을 사니, 백련암 때와 비교하여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습니
29세 때 출가하였으니 세상 험한 일 한 번도 겪지 않고 편 다. 왜냐하면 백련암에서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예불을 올리
하게 살다가 절에 들어왔고, 또 출가해서도 해인사 최고의 자 고 저녁 9시 종소리에 맞춰 잠을 청할 때까지 항상 ‘5분 대기
리에 계신 방장 큰스님을 모시고 살았는데, 그것이 얼마나 밖 조’의 심정으로 큰스님을 모시고 살았기 때문에 매일 매일이
에서는 부럽고 힘 있어 보이는 자리인지 모르고 저는 백련암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2 고경 2016. 0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