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고경 - 2016년 6월호 Vol.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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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라 내 머릿속에 있는 일이 많아서 넝쿨처럼 엉켜 일이 그렇

 게 쉽게 나누어질 수가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일
 을 나누지 못하고 후계의 일도 진척의 속도가 없이 오늘에 이
 르게 되어 책임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우연히 스님들과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다가 『삼국지』 이
 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천하삼분론에 의지한

 조조, 유비, 손권의 권력다움으로 재미있는 역사소설로 알아
 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어느 스님이 불쑥 말했습니다. “『삼국
 지』야말로 후계자를 두는 데 실패한 적나라한 역사소설이다.
                                 고심정사 주지 일성 스님이 관불을 하고 있다.
 주인공인 조조의 아들도 유비의 아들도 손권의 아들도 아닌
 사마의의 아들이 천하를 제패한 역사 이야기다. 『삼국지』는   사무장에게 알아보게 하니 “같은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후계자를 세우는 데 실패한 예를 기록한 것이다.” 그 말을 들  “아니 그러면 아무리 상좌이지만 우리가 너무 무성의하게 보
 은 우리는 모두 “후계자를 두는 일은 황가에서나 사회에서나   이지 않았나 말이지. 그런 일일수록 차질 없이 했어야지.” 하
 가정에서나 절에서나 다 어려운 일이다. 우리 속담에도 오죽  며 서둘러 상좌에게 주지임명장을 주고 저는 회주로 하여 일

 하면 삼대부자가 나기 어렵다 하지 않은가.” 하며 가가대소하  선에서 물러났습니다.
 였습니다.      그리고 5월 7일, 음력 4월 1일에 주지의 사형사제 20여 명
 몇 년 전부터 조계종단에서 종단법인 관리법이 통과되어  과 해인강원 45회 동창 10여 명의 스님들과 신도들이 모여서

 서 백련불교문화재단도 제때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성 스님의 주지 취임과 저의 회주 추대식을 봉행했습니다.
 선학원 등록문제로 법인 사찰 주지 임명 건이 마무리되지 못  고심정사 주지 자리를 상좌에게 물려주고 나니, 한결 제 마음
 하고 혼란스러움이 있어서 법인 주지 임명은 추후 통보가 있  도 가벼워지고 편안해짐을 느꼈습니다.
 을 때까지 보류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여 무심히 지나고 있  공자께서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이라고 어디에서 말씀하
 었는데 하루는 고심정사에서 총무를 보는 상좌로부터 “총무  셨나 해서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논어』의 「위정 (爲政)」 편

 원 총무부에 연락을 해보니 법인 산하 사찰의 주지임명은 해  에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
 당 법인의 대표자가 할 수 있다고 합니다.”는 말을 듣게 되어   五而志干學), 30세에 주체성을 가지고 사회에 나갈 뜻을 세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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