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17년 3월호 Vol.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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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개벽 이래로 제일 심원(深遠) 투철(透徹)한 지성인(智 여 무어라 찬사좃차 발(發)치 못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또한
性人)이라고 찬탄함에는 누구든지 이의없는 바이다.” 7) 독일의 대철학자 쇼펜하울 은 평하였다.
9)
이것은 과학의 금자탑이라 하여 세계 각국어에 번역 안 됨 “기독교가 불교를 공격함은 소총으로 절벽을 쏘는 것과 갓다.”
이 없는 그의 명저 『문화사대계 (文化史大系)』 중의 평설(評說)이 “미구(未久)에 불교세계 시대는 반다시 도래할 것이다.”
다. 그러나 『문화사대계』 중에 인용된 불교사상을 보면 파리
어 (巴利語) 계통의 천열(淺劣)한 소승 교리[6b]들이니 이 교리는 라고 대담한 예언까지 하였다. 이 예언은 실로 불교의 위대성
심원한 대승사상과는 천양지감(天壤之感)이 있는 것이다. 천열 을 다소 짐작하는 것이며 또한 적중되고 있는 것이다.
(淺劣)한 소승사상을 보고도 이렇게 찬탄하였는데 만일 참으 이상은 현미경과 망원경의 능력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시도
로 심원한 대승묘리 (大乘妙理)를 보왔던들 그만 경도(驚倒) 하 (視度) 에서 논의한 바이다. 그러나 우주의 근본 문제를 [7a]
10)
8)
구명(究明)한 심묘(深妙)한 오의(奧義)는 현미경 망원경 세계의
에서 활동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단일 세계국가’라는 구상으로 『세계사 9) 아르투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 독일의 철학자. 흔
문화사대계』를 출간하였다. 사회·역사서를 저술하며 세계평화 운동과 사 히 ‘염세주의 철학자’로 불린다. 동양학자 마이어와의 교우 관계로 인도 고
회개혁 운동을 활발하게 펼쳤다. 참고로 『세계문화사대계』가 한글의 우수 전에도 눈을 뗬다.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인도 베다철학의 영향을 받아 염
성을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내용은 웰스의 저술이 아니 세관을 사상의 기조로 한다. 엄격한 금욕을 바탕으로 하여 인도철학에서
라 일본어 번역본에 실린 내용이다. 『세계문화사대계』를 일본어로 번역한 말하는 해탈과 열반의 획득을 궁극적인 이상의 경지로서 제시하였고, 또
기타가와 사부로(北川三郎)의 부탁으로 최현배가 「조선문자 ‘정음’ 또는 ‘언 한 그렇게 하여 자아의 고통에서 벗어나면서부터 시작되는 타인의 고통에
문’」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이다. 대한 동정(Mitleid)을 최고의 덕이자 윤리의 근본원리로 보았다. 그의 철학
7) “The fundamental teaching of Gautama, as it is now being made 은 만년에 이르기까지 크게 인정을 받지 못하였으나, 19세기 후반 염세관
plain to us by the study of original sources, is clear and simple and 의 사조에 영합하여 크게 보급되어 실존철학과 프로이트 심리학에 영향을
in the closest harmony with modern ideas. It is beyond all dispute 끼쳤다. 그는 19세기 유럽의 불교 수용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그
the achievement of one of the most penetrating intelligences the 의 역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1918)』는 ‘고통이 모든 삶의 근본’이라
world has ever known.” (Chapter 24. The Rise and Spread of Buddhism, § 고 보는 점에서 불교와 맥이 통한다. 그런데 염세적인 쇼펜하우어 사상을
3 The Gospel of Gotama Buddha, p.315) ; “고타마의 근본교의는 그 원천인 불교와 동일시하면서 불교를 염세주의로 파악하는 오늘날도 통용되는 서
원문을 연구해보면 전절에서 밝힌 것과 같이 결코 난삽하지 않고 분명하 구인들의 불교에 대한 몇몇 편견은 쇼펜하우어의 영향에서 비롯되었다.
고 단순하여 현대사상과 완전한 조화를 이루어 적합함을 보인다. 이것을 10) 물리학 용어로서 공기 속에 어떤 물질이 떠 있거나 가스가 섞인 정도를 나
세계 개벽 이래 가장 심원투철한 지성인의 창조물이라고 찬탄하는 데에는 타내는 대기의 투명한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다. 볼 수 있는 거리에 따라 0
누구도 이의가 없다.”(일본어판, 제25장 불교의 흥기와 그 광포(廣布), 제3절 고타 에서 9까지의 번호를 붙여서 구분한다. 성철스님이 사용하신 맥락으로는
마 불타의 복음, p.629)
물리학 용어를 빌려와 ‘망원경이나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범위’ 정도의 의
8) “몹시 놀라 넘어짐.” 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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