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17년 3월호 Vol.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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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추회요』, 그 숲을 걷다
권내(圈內)가 안이요, 찰라(刹羅)의 과학인 원자과학도 그 일
부의 피상적 방증(傍證)은 될지나 심오한 내부 묘리(妙理)는 측
도(測度)치 못하는 것이다. 귀신 둘이
시체를 다투다
2. 진여상주(眞如常住)와 보존법칙(保存法則)
글 : 박인석
가. 진여상주
“일체의 법이 생도 없고 일체의 법이 멸도 없나니 만약 이
렇게 알며는 모든 부처가 항상 나타나 있으리라[一切法無生
11)
一切法無滅 若能如是解 諸佛常現前]” 『화엄경』 『명추회요』의 65권-13판(516쪽) 이후의 몇 페이지에는 불교
의 근본적인 교설 가운데 하나인 무아(無我)를 강조하는 내용
이것은 불교의 근본경전인 『화엄경』에 있는 언구이다. 그 과 그와 관련된 『대지도론』의 인용이 소개된다. 인용의 내용
뜻인즉 정신계 물질계 유생물 무생물 세간법 출세간법 할 것 은 귀신 둘이 시체를 두고 다투는 얘기인데, 이 얘기를 소개
없이 우주의 일체 만유가 본래로 생멸이 없서 전부가 영원토 하기에 앞서 ‘무아’에 대해 조금 설명해보고자 한다. ‘무아’라
록 상주불멸하나니 이 진리를 해득(解得)하면은 상주불멸의 는 용어에서 아(我)는 대개 인도 철학에서 강조하는 영원불변
표현인 모든 부처가 [7b] 항상 현전(現前)해 있는 것을 본다는 의 자아인 아트만(Atman)을 가리킨다. 우리의 육신은 끝내 소
말이다. 멸하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불변의 영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아트만을 주장하는 이들의 생각이다. 이
11) 60권본 『화엄경』 권7 「보살운집묘승전상설게품(菩薩雲集妙勝殿上說偈品)」 런 생각을 지닌 이들은 요가 수행을 통해 순수한 정신적 존
10(T9-442b) ; 80권본 『화엄경』 권16 「수미정상게찬품(須彌頂上偈讚品)」
14(T10-81c) 재인 아트만을 우리의 몸을 비롯한 제반 물질적인 조건으로
부터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만들고자 노력한다.
최원섭 _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영상미디어의 불교 주제
구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철선사상연구원 연구원과 금강대학교 인문한국연구센 언젠가 인도의 자이나교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터 교수를 지냈다. 현재는 동국대학교 외래강사. 대중문화를 통해 불교를 전하는 일에 관심
을 두고 있다. 있는데, 이들은 해가 떠서 지는 동안 끊임없이 걸어 다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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