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고경 - 2017년 11월호 Vol.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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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없는 게 많을 것이다.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  경에서는 보시 등 공덕을 쌓아서 북울단월에 태어난다고

 슷하게 생겼다면 성형외과가 필요 없을 것이다. 먹을 것과 놀   한다. 그러나 요즘 같은 시대에는 보시를 개인 차원으로만 볼
 것이 널려 있으니 취업준비생도 없을 것이다. 직장에 노동을   것이 아니다. 보시 공덕이 공적으로 발현된 형태가 복지다. 따
 바치고 녹초가 되어 들어오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삼시 세   라서 세금을 잘 냈다면, 또는 복지정책을 잘 써줄 사람에게
 끼 먹고 치우기에 바쁜 하루가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일을 해  투표를 했다면, 벌써 보시를 실천한 셈이다. 그 땅에 태어났다
 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푸어도 없고, 집 한 채 겨우   는 자격만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면, 그것

 마련했으나 대출금 갚느라 허덕이는 하우스푸어도 없을 것이  이 가져올 좋은 효과는 무엇일까. 우선 인생의 고비마다 떠안
 다. 죽으면 새가 시체를 처리해주니 상조회사도 필요 없을 것  아야할 걱정이 덜할 것이다. 또한 죽어라 경쟁하지 않아도 먹
 이다. 결론해서 말한다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걱정이 없을 것  고는 사니까 ‘내 팔 내가 흔들고 다니는’ 자존감 높은 사람이

 이다.      될 것이다.
 북울단월은 지상 최고의 낙원이다. 부처님이 그런 데가 있  개인적인 보시는, 베푸는 사람 입장에서는 틀림없이 공덕이
 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할 뿐이지, 매일같이 부대끼며 사는   되겠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하는 불
 남섬부주 중생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현재 지구상에 이  편함이 있다. 부족한 복지를 개인의 선의로 메우려는 사회는
 런 곳은 없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비슷한 곳을 찾아본다면 복  아직 북울단월에 가깝지 않다.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지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나라들이 아닐까 한다. 예컨대 북유  먹고 살 걱정이 없는 곳이 더 복된 땅이 아닐까, 『장아함경』을
 럽의 몇 나라는 미혼모에게 지급되는 양육수당으로 엄마까지   읽으면서 생각해 보았다.
 생계가 보장된다.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지나가는 사람들이 길에 버려진 아이를 먹여 기르는 울단월
 에 가깝다. 성생활이 자유롭기로는 아이슬란드가 가장 비슷
 하다. 그곳 남녀들은 첫 만남에서 일단 자보고 사귈지 말지를
 결정한단다. 십년 전쯤인가, 결혼 전에 몇 명의 상대와 잤느냐
 는 설문조사에서 평균 33명으로 아이슬란드가 1위를 차지했

 다. 어찌 보면 쿨한 이 나라 사람들은 최소한 ‘자느냐 마느냐
          이인혜    _  불교학을 전공하였고, 봉선사 월운 스님에게 경전을 배웠다. <선림고경총서>
 그것이 문제로다’ 하는 고뇌가 훨씬 적을 것이다.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승만경』, 『금강경오가해설의』, 『송고백칙』을 번역했다.



 ● 고경  2017. 11.                                            58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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