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17년 11월호 Vol.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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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주인공의 삶
물줄기가 흐르는데 수량이 풍부하고 물결이 잔잔하다. 물 위
로 꽃잎이 떨어져 천천히 떠돌면서 떠내려간다. 춥지도 덥지
먼 나라 이야기, 도 않은 기후에, 어디나 보배가 가득하다. 그 땅에는 구덩이
북울단월의 생활방식 나 도랑이 없으며 사나운 맹수나 해충도 없다. 백 가지 풀이
돋아나는데 바람이 스치면 풀에서 향내가 풍겨온다. 더러운
악취란 없다. 사람들이 대소변을 볼 때면 땅이 열렸다가 일을
글 : 이인혜
보고 나면 땅이 저절로 닫힌다. 숲에는 몸을 굽히는 나무가
있다. 잎이 촘촘하여 비가 새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그 나무
밑에서 잠을 잔다.
사람들의 성격과 생김새
부처님의 눈으로 우주를 통째로 보았을 때 수미산을 중심 그곳 사람들은 생김새가 비슷비슷하여 구분이 잘 가지 않
으로 동서남북에 네 대륙이 있다. 그중 우리가 사는 곳은 남 는다. 염부제로 치면 대략 20세 가량의 잘 생긴 젊은이 모습
쪽 염부제이고 북쪽에는 울단월, 혹은 구로주라고 알려진 대 을 하고 있다. 이가 희고 가지런하며 틈새가 없다. 감청색 머리
륙이 있다. 우리와 반대편에 위치한 그곳에 대해서는 『장아함 카락에는 먼지와 때가 없다. 그곳 사람들은 무엇에 미련을 가
경』 「세기경 북울단월품」에 자세히 나와 있다. ‘울단월’이 ‘가 지는 일도 없고 물건을 쌓아두는 일도 없다. 특별히 계를 받
장 좋다’는 뜻인 만큼, 달달 볶이며 사는 이곳 남섬부주와는 지 않아도 행동이 열 가지 선법에 자연히 맞아서, 생긴 대로
아주 다른 세상이다. 번역본으로 열 쪽 가량 되는 분량을 대 살다가 죽으면 좋은 곳에 태어난다.
폭 줄여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먹고 노는 방식
자연환경 그곳에는 자연생 벼가 자라나므로 농사지을 일이 없다. 쌀
그곳에는 산이 많고 그 산기슭에는 누각과 연못들이 있다. 에는 겨가 없고 도리천 음식처럼 온갖 맛이 담겨 있다. 땅에
갖가지 꽃이 피고 나무가 울창하여 시원하다. 꽃과 열매가 풍 는 저절로 생겨난 솥이 있다. 불꽃같은 광채를 지닌 마니구슬
성하고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귄다. 산 속에는 여러 갈래 이 있어서 그 구슬을 솥 아래 두면 밥이 익는다. 광채가 사라
● 고경 2017. 11. 54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