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고경 - 2018년 3월호 Vol.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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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라, 오죽하면 ‘상좌 하나에 무덤 하나’라는 말이 생겼을까. 자가 말해주듯, 이미 틀이 되어 나온 탓이다. 업을 녹이는 수행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이라면 바꿀 수 있겠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타고
피할 수 없는 일이 남 뒤치다꺼리다. 난 성격에다 살면서 더해진 비뚤어진 성격까지 해서 나의 성격
그래서 “그건 누구나 다 하고 사는 일 아닌가요?” 하고 물 은 그야말로 구제불능이다. 그래서 그 사주를 받아들고 한참
었다.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 사주가 따로 있단 동안 비관을 강화하는 쪽으로만 왔던 것이다.
다. 내 말대로라면 자기가 모든 손님에게 같은 사주를 내놔야 아까 그 개금불사의 주인공.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 나 같
하지 않겠냐고 반박해왔다. 기가 꺾인 나는 이렇게 물을 수밖 은 사주를 들었다면 어떻게 해석했을까. ‘65세까지 남 뒤치다
에 없었다. “그러면, 언제까지 하나요?” 그거라도 알고 싶었다. 꺼리를 하려면 일단 몸은 건강하겠구나. 남을 보살피려면 수입
65세까지란다. 그 말만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때면 엄 이 있어야 하니 일거리도 있겠구나. 나 혼자 입에 풀칠하며 외
마도 돌아가셨을 테고, 학교 다니는 조카도 다 커서 제 살림을 롭게 사는 것보다는 남을 보살필 힘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
차렸을 텐데 무슨 뒤치다꺼리가 남았단 말인가. 궁금해서 물 이냐. 좋아, 보살 팔자로다.’ 이러지 않았을까. 성격이 운이라는
어봤다. “혹시 늦게라도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는데 그놈이 속 데 내게는 성격을 고칠 힘이 없으니, 그 사람이 내게 빙의했다
을 썩이나요?” 사주선생은 웃으면서 내 사주에는 평생 남자가 치고, 올해부터는 팔자타령 하는 대신 내 인생에 개금할 수 있
없다고, 그냥 팔자려니~ 하고 살란다. 아이고, 내 팔자야. 기를, 턱없이 기대해 본다.
그 선생 족집게네, 감탄하면서 사주카페를 나선 순간부터
한참동안 우울했다. ‘남 뒤치다꺼리’라는 말이 몸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한술 더 떠서 지나온 삶을 거기에
끼워 맞춰가며 자기연민에 빠져 지냈다. 매일같이 닥쳐오는 일
을 몸으로 때우고 돈으로 막으며 정신없이 달리는 중에도 언뜻
언뜻 그 단어가 떠올랐다. 그러면 ‘역시 난 안 돼,’ ‘주인공으로
살기는 틀렸네’ 하면서 후렴구를 읊었다. 아이고, 내 팔자야. 이인혜
— 불교학을 전공하였고, 봉선사 월운 스님에게 경전을 배웠다. <선림고경총서> 편집위
나는 성격이란 좀체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성격의 ‘격 (格)’ 원을 역임했고 『승만경』, 『금강경오가해설의』, 『송고백칙』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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