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18년 3월호 Vol.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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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주인공의 삶
엔 무슨 말씀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침을 안 먹어서 배가 고팠
고 자리도 비좁고 해서 영 집중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설날 운세법문 ‘토정비결’이라는 단어가 나왔고 그때부터 법문이 제대로 들리
기 시작했다. “새해가 되어서 여러분들 중에는 더러 토정비결도
보고 운세를 보러 가는 분들도 있겠지요. 그건 그것대로 보십
글│이인혜 시오. 그러나 저는 ‘성격이 운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어서
그런 사례로 며칠 전 개금불사 때 있었던 일을 하나 소개했다.
정심사는 이번 불사를 신도들이 함께하는 장으로 기획했다.
개금은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일이라서, 보통 숙련된 장
○●○ 인이 맡아서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초벌 금박을 신도
설날에 차례를 지내러 정심사에 갔다. 삼년 전, 들과 함께 했다고 한다. 어차피 마무리는 장인의 솜씨로 깔끔
엄마가 돌아가신 뒤부터 명절을 절에서 보낸다. 집에서 차례를 하게 장엄이 될 터이니, 긴 과정 중에 한 단계를 모두의 불사로
지내려면 힘도 비용도 더 들 것이기에 수고와 비용을 줄여보려 만든 것이다. 『화엄경』에 나오는 ‘중생장엄’이라고나 할까. 자기
는 속셈도 있지만, 그보다는 도량의 힘을 믿는 편이다. 부처님 가 다니는 절 부처님 몸에 직접 금을 입혀드린다면, 내생까지
계신 곳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이 지내주시는 게 훨씬 안심이 기다리지 않아도 그 자체가 복일 것이다. 행사일정을 잡고 금
되기 때문이다. 을 입히던 날, 늦게 온 신도가 있었다. 도착했을 때 그날의 불
감사합니다, 하는 마음을 안고 법당에 들어서니 개금불사 사는 야속하게도 막을 내린 뒤였다.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그
를 하는 중이라 불단에 빙 둘러 휘장을 쳐 놓았다. 장막 속에 러나 그 신도는 끝났다는 말을 듣고서 “연장전 없어요?” 하더
계신 부처님을 모시고 행사가 시작되었다. 절과 합송으로 공경 란다. 대중에게 웃음과 감동을 안겼을 그 신도를 위해 연장전
을 올린 뒤에 주지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방에서 동계올림픽 을 열고 금을 입힐 기회를 주었다고 한다.
을 보다가 나왔다면서, 스켈레톤에 출전한 윤성빈 선수가 메달 주지스님은 ‘성격이 운을 만든 사례’로 이 이야기를 든 것이
을 딸지 어떨지 궁금하다는 말로 법문을 시작했는데 그 다음 다. ‘하는 수 없지’ 하면서 그냥 돌아서는 대신, 되든 안 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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