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18년 3월호 Vol.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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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라도 해보는 자세가 놓친 기회를 살려놓은 셈이다. 그런   다. 사주카페에서 일하던 친구가 자기네 사주선생 용하다고 한

 자세는 대체로 성격에서 나오는지라, 그렇구나, 수긍하면서 듣  번 와보라고 하였다. 마침 손님이 하나도 없어서 심심해하던
 고 있는데 앞줄에 앉아 핸드폰을 열심히 들여다보던 사람이   사주선생을 독차지하여 사주를 보았다. 생년월일시를 불러주

 윤성빈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알렸다. 다 함께 박수를 치며 축  자 그 선생은 빠른 손놀림으로 숫자를 뽑아보더니 첫마디를
 하했다. 주지스님은 윤성빈 선수도 연습, 연습, 연습 끝에 이런   이렇게 던졌다. “평생 남 뒤치다꺼리할 팔자네요.” 듣는 즉시

 결과를 낸 것이라며, 끊임없는 훈련이 운임을 강조하셨다. 그러  기분이 나빴다. 그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순간, ‘뒤치다꺼리’라
 나 이 법문을 듣고도 운세 보러 갈 사람은 갈 것이다. 현안이   는 한마디에 나의 과거와 현재가 하나로 꿰어졌다. 앓다가 얼

 닥치면 답답한 마음에서 찾게 되는 곳이 그곳이니까.  마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중풍에 치매로 고생하는 엄마. 두 분
 나도 40대의 답답하던 어느 날, 사주를 보러 간 적이 있었  을 떠맡은 걸로도 모자라, 사정이 생긴 오빠를 대신하여 그의

               가족까지 챙겨야 하는 형편이었다. 그뿐 아니라, 남이 번역한
               원고를 고치는 일로 돈을 벌다보니, 집에서건 밖에서건 남 뒤

               치다꺼리를 실컷 하고 살았다. 아이고, 내 팔자야.
                 이 사주선생이 용하긴 용한가본데, 진짜 알고나 하는 소린

               지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물어보았다. “누구 뒤치다꺼리
               를 그렇게 해요?” “부모, 형제, 주변사람들 다요.” 너무 맞는 말

               이라, 뭐라도 묻긴 해야겠는데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방금 전
               그 선생의 첫마디에 이미 이성이 날아갔지만 조금 남은 정신줄

               을 가까스로 부여잡고 반박할 말을 생각해냈다. ‘남 뒤치다꺼
               리’, 이 말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누구에게나

               걸리는 것이 아닌가 하고. 모든 부모들, 많은 주부들, 남 밑에서
               일하는 직장인들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자

               유를 찾아 출가한 사람도 어른스님이 되면 상좌들 뒤치다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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