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고경 - 2018년 4월호 Vol. 60
P. 61

야기는 제대로 소개조차 되지 않았다. 이것이 불교 안에서 여  버지와 딸이 동반자살하는 일이 큰 뉴스거리도 못된다. 여자

 자의 지위를 말해준다. 처음부터 그랬을까. 부처님은 애초에   몸은 여자 것이 아니다. 고대 인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여자
 어떤 입장이셨을까.    몸은 남자들의 지배하에 있는 남자들의 영토이다. 여차하면 언

 『화엄경』에 따르면, 부처님께서는 깨닫고 나서 이렇게 말씀  제나 가장 먼저 짓밟히는 곳이다. 그래서 ‘미투’는 외친다. “내
 하셨다고 한다. “참 기이한 일이다. 중생이 부처와 똑같은 지혜,   몸은 내 꺼”라고. 여자들은 아직도 이 자명한 사실을 외쳐야

 똑같은 덕성을 가지고서도 무명에 덮여 저렇게 사는구나.” 이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렇게 한탄하시고 나서 편안하게 열반하려던 길을 돌려 사바세  지난 달, 오십대 남자들과 밥을 먹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계로 다시 오셨다. 그리고는 중생이 부처와 같음을 깨우쳐주기   마침 밥집 TV에서 미투 이슈를 집중 보도하고 있었다. 질문은
 위해 남은 생을 다 바치셨다. 처음으로 하신 일은, 과거에 같이   이랬다. 그러면 앞으로 남자들은 어떻게 해야 되느냐. 그러니

 수행했던 다섯 비구를 찾아가 가르침을 전하는 것이었다. 그들  까, 여자에게 친근감을 표시할 때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헛갈린
 을 필두로 승단을 만드셨는데, 그 안에는 계급의 차별이 없었  다는 것이었다. 그걸 질문이라고 하나. 만지려던 그 상대가 당

 다. 『장아함경』 「소연경 (小緣經)」에는 이런 말씀이 나온다. “나의   신 딸이라면 기분이 어떻겠냐고 혼을 내주려다가 참았다. 미
 참된 도에서는 족성을 따지지 않는다. 세속의 법에서는 이것을   투운동의 지침에 ‘남자를 적으로 돌리지 말라’는 조항이 생각

 따지지만 나의 법은 그렇지 않다.” 또한 아난의 청으로 여자를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승단에 받아들이셨다. 당시 인도 사회를 생각할 때 부처님의   헛갈릴 것 없다고, 만지지 말라고, 남의 몸이라고. 이 대화에서

 승가는 아주 급진적인 단체였다. 지금의 눈으로 보아도 평등사  남녀 간에 이 문제에 대해 시각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느꼈다.
 상에 있어서 부처님 같은 분은 찾기 힘들다.  그 사람들이 불교를 전공하는 사람들이라서 실망이 더 컸다.

 그러나 부처님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서 성평등은 실  미투운동을 계기로 불교계는 돌아볼 것이 없을까. 큰 숙제고
 패한 것으로 보인다. 『구사론』에 전하는 바, 비구니를 범한 자  큰 기회다.

 는 왕에게 배상하라는 사례에서 당시 여자 수행자의 지위를
 엿볼 수 있다. 지금도 부처님의 나라 인도에서는 매일같이 많  이인혜
               —      불교학을 전공하였고, 봉선사 월운 스님에게 경전을 배웠다. <선림고경총서> 편집위
 은 소녀들이 강간을 당하며, 결혼지참금을 마련하지 못한 아  원을 역임했고 『승만경』, 『금강경오가해설의』, 『송고백칙』을 번역했다.



 58            2018. 04.                                               59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