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고경 - 2018년 4월호 Vol.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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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 그렇지만, 서양 사람들에게 심대한 영                                                 하기 어렵다.” 여자는 인류의 반을 차지하고, 소인은 군자를 뺀

           향을 끼친 기독교는 시작부터 불평등을 내재하고 있다. 그분이                                                 다수의 보통사람을 가리킨다. 군자를 중심에 두고 인류의 대
           ‘Him’이기 때문이다.                                                                     부분을 소외시킨 것이다. 더 나아가 유교에서는 여자를 암탉

             서양 사람들은 ‘아버지 하나님’을 발명했다. 인류 역사상 가                                               에 비유하였다. 『예기』에 나온다는, 이른바 “암탉이 울면 집안
           장 황당한 이 발명품 아래, 모든 중생은 그의 피조물이 되었다.                                               망한다”는 소리를, 내 나이쯤 되는 여자라면 분명 들어보았을

           그중에 남자는 그 아버지를 닮은 모습으로 창조되었다는 이유                                                  것이다. 이런 교육을 비판 없이 대물림해온 탓에, 여자들의 말
           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누려왔다. 성경에 따르면, 여자는 남자                                                과 행동은 심하게 제한되었다. 유교의 가르침을 따르자면, 여

           의 갈비뼈 하나를 뜯어 만들었다고 한다. 갈비뼈. 하필이면 하                                                자들에게 세상은, 해서는 안 될 것들로 가득하다.
           나쯤 부러져도 생명에 별 지장 없어 보이는 뼈 말이다. 그렇게                                                  불교는 어떤가. 불교의 계율에서도 여자 수행자들에게 부과

           인류의 ‘나머지’ 절반은 남자의 부산물로서 하찮은 지위에 머                                                 된 금지조항이 훨씬 더 많다. 또한 경론에는 여자에 대한 혐오
           물게 되었다. 그런데 ‘아버지 하나님’을 닮은 자랑스러운 피조물                                               표현이 수위를 넘는다. 지극히 더럽고 요사스러운 존재로 묘사

           은, 어찌된 일인지 큰 결함을 가지고 있다. 자기도 제어하지 못                                               되기도 하고, 모든 화의 근원으로 꼽히기도 한다. 2천 년이 넘
           하는 몸의 기관이 자꾸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는 동안 여자 수행자가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들 이

           인류의 절반이 치러야 했던 불행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여자들이 아주 오래도록 말 못할 불행을 겪는 동안, 남자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유리한 지위를 누리며 가해자가 되거나, 아
           니면 최소한 여자들의 불행을 모른 척 해왔다. 그 결과 오늘날

           ‘미투’ 국면을 맞게 되었다.
             동양은 어떤가. 공자의 가르침은 아시아 전역에 막대한 영향

           을 끼쳐왔다. 공자는 삶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말씀을 많이
           남겼고, 그의 『논어』는 지금도 베스트셀러다. 그럼에도 불구하
                                                                                                       <새전북신문> 만평
           고 공자는 이런 말씀과 함께 기억된다. “여자와 소인은 가까이                                                              - 정윤성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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