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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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가진 채 “내 없어도 더 열심히 응원 잘하라!”고 말하고는 운동장으
           로 갔습니다. “스님! 이러시면 아니 됩니다!”는 종무원들의 애교 섞인 원성

           을 뒷전으로 흘리며 부리나케 상암경기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동쪽 편 골

           라인에서 3m정도 떨어진 중간층 자리였습니다. 그래도 골키퍼 동작 하나
           하나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 왔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이 독일에게 1:0으로
           졌습니다. 그러나 골대에 들어가는 그 한 골이 내 눈 앞으로 날아오는 듯

           하더니 그대로 휙 굽으며 골키퍼 머리 위를 지나 골문에 꽂히는 모습을 생

           생히 보았습니다. 그 순간 이루 말할 수 없는 허망함을 느꼈습니다. 게임
           이 끝나고 주위를 돌아보니 자갈 마당에 물 빠지듯이 순식간에 사람들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붉은악마의 다음 응원’에 대한 안내 한마디 없이 말

           입니다.

             조계사 옆 광화문 광장에 도착하면 “독일에 졌어도 우리는 4강이다.”는
           자축연이 열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 너무도 조용 했습니다. 한국 선
           수들의 사기도 독일 전에서 사라졌는지 터키에게 져 4등으로 ‘2002 한·일

           월드컵’을 마무리 했습니다. 독일에 진 그날 밤, 온 국민이 4강에 오른 것

           을 밤새워 축하했더라면 선수들의 기세가 올라 터키를 이겼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대한민
           국은 월드컵 4강을 이룬 나라!”라는 자부심을 가슴 깊이 새기고, 인내심을

           갖고 남북회담·북미회담을 지켜보셨으면 합니다.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

           가 이뤄지고 남북 자유왕래가 가능해진 끝에 마침내 통일의 그날이 오기
           를 한마음으로 기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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