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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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된 물가의 정경은 바로 니련선하를 의미한다. 오른쪽 아래의 움막 안
에는 제자에게 이야기를 하는 우루벨라 가섭이 앉아 있고 그 앞에는 제자
가 한 명 서 있다. 화면의 왼쪽 아래에 두 팔을 들고 서 있는 두 명의 인물
은 부처님의 신통력을 보고 놀라는 우루벨라의 제자로 추정된다. 손에 물
병을 들고 강가의 물을 담고 있는 사람은 화신당의 불을 끄려는 우루벨라
의 제자일 것이다. 화신당 좌우에는 긴 머리를 상투 튼 우루벨라 가섭 3
형제가 손을 들거나 합장한 채로 부처님의 신통력을 찬탄하고 있다.
드디어 우루벨라 가섭과 그의 제자 500명은 긴 머리칼을 자르고 제사
에 사용하던 도구들을 니련선하 강물에 던져버리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
었다. 나디 강가에 살고 있던 둘째 나디 가섭과 제자 300명, 가야에 살고
있던 막내 가야 가섭과 제자 200명도 차례로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산
치대탑의 <사진 1> 장면 아래에는 니련선하 강에 제사에 사용하던 불과
용구 등이 버려지고 있다. 상징으로 부처님을 표현한 중인도의 산치 1탑
과 달리 북인도의 간다라인들은 불타오르는 화신당에 선정에 든 부처님
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였다(사진 2). 불전佛傳 경전 가운데 ‘화광삼매火光三
昧’에 들어 몸에서 불을 내뿜었다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짐작된다. 부
처님이 앉은 자리 아래에는 발우와 독룡이 표현되어 있고, 화염에 휩싸인
동굴 속에 앉은 듯한 부처님 주변에는 손에 물병을 들고 불을 끄려는 가
섭 3형제가 있다. 특히 부처님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가섭 3형제 가운
데 한 명이 황급히 불을 끄려는 듯 손에 물병을 들고 부처님을 바라보고
서 있다. 고대 인도인들은 가섭 3형제를 제도한 이야기를 대표적인 이교
도의 교화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어느 날 부처님은 마가다국의 북쪽에 있는 비타산毘陀山의 동굴 속에
서 선정에 들었다. 제석천은 부처님께서 선정에 든 것을 알고 먼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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