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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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로 세상 읽기 11



                         글로벌 시대, 시야를 넓게



                                                           김군도 | 자유기고가





           삼성이 설봉 화상에게 물었다. “그물을 벗어난 금빛 물고기는 무얼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
           다.” 그러자 설봉 화상이 “자네가 그물을 벗어난 뒤에 말해주지.”라고 대답했다. 이에 삼성이
           “천오백 명이나 제자가 있다면서 무슨 말인지 뜻도 못 알아듣는군요.” 하자 설봉 화상은 “나
           는 절 일이 바쁘다네.” 하고 받았다.
           擧: 三聖問雪峰: “透網金鱗, 未審以何爲食?” 峰云: “待汝出網來, 向汝道.” 聖云: “一千五百善知識, 話頭
           也不識?” 峰云: “老僧住持事繁.” (『벽암록』 제49칙)


             삼성혜연(三聖慧然 ?~?) 스님은 임제의현(臨濟義玄 ?~867) 선사의 제자
           다. 삼성은 스승인 임제의현 선사의 법문을 정리해 내놓았는데 이것이 선

           가의 유명한 『임제록臨濟錄』이다. 『임제록』은 우리나라에서도 대한불교조
           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 스님(1912~1993)이 선방 대중을 상대로 강설할 만

           큼 선가의 필독서로 꼽힌다. 성철 스님의 임제록 강설은 그의 제자인 백
           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이 지난 해 『임제록 평석』(장경각 간)이란

           제목으로 출간했다.
             선가의 유명한 가르침은 모두 『임제록』에서 나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는
           살불살조殺佛殺祖, “어디에서든 주인공으로 살면 그곳이 바로 진리의 세

           계”란 뜻의 수처작주입처개진隨處作主立處皆眞, “일체의 속박에서 벗어나
           아무런 장애나 막힘이 없는 경지에 오른 참사람”이란 무위진인無位眞人 등

           이 모두 『임제록』에서 나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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