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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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인의 경계를 ‘그물을 벗어난 금빛 물
고기[투망금린透網金鱗]’로 비유했다. 다시 말해 삼성은 수행이니 계율이니
따위의 속박에서 벗어났음을 암시하며 설봉의 대답을 기다린다. 그런데
도 설봉이 그물을 벗어나면 답해주겠다고 하니 화가 날만도 하다. 산문山
門에 천오백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있는 대선사大禪師가 말뜻도 못 알아듣
느냐며 핀잔 투로 되받자 설봉은 “노승은 절 일이 바쁘다.”고 짐짓 딴청
을 피우고 있는 것이 이 공안의 내용이다.
설봉화상이 삼성의 법기法器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스승의 법문
을 정리해 『임제록』을 낼 정도로 삼성은 잘 다듬어진 선가의 대들보다. 설
봉은 삼성이 이미 그물을 벗어난 금빛 물고기임을 잘 알고 있을 터다. 그
러나 아무런 장애와 막힘이 없는 무위진인인들 무얼 먹어야 하는지는 전
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그물을 벗어나 대자유를 구가하고 있다 하더
라도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을지는 삼성 자신이 선택해야 할 문
제라는 것이다. 그 그물마저 걷어내길 설봉은 삼성에게 주지시키고 있는
것이 이 공안의 핵심이다. 21세기 들어서서 세계인류는 숨 가쁜 글로벌
경쟁 시대를 살고 있다. 과거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사학史學을 말하고 언
어言語와 종교宗敎를 열변熱辯했던 학자들의 목소리는 글로벌 시대를 맞아
크게 위축됐다. 한 나라의 국가관과 민족관은 일부 국수주의자國粹主義者
들에 의해 고집될 뿐 그 그물에서 벗어난 우수 인재들은 해외로,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충북의 작은 도시
에서 태어난 한 젊은이는 우리나라의 국위를 선양하며 세계지도자 반열
에 우뚝 섰다. 반기문 UN 전 사무총장이 바로 그다. 반 총장은 지금도 세
계 각국의 리더들과 소통하며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외에
도 세계 곳곳에서 맹활약하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 펜실베니아 교포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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