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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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인간관계를 불편하게 하면 쇠붙이 속에 짓눌리는 철상지옥에서 고통
            을 받게 한다고 하였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정禪定에 들어

            진심瞋心을 내지 않도록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제10 전륜 대왕轉輪大王은
            석가여래를 원불로 흑암지옥을 관장하며 다양한 인연이 지어지고 또한 발

            현되는 삶 속에서 모든 은혜를 잊지 말기를 특별히 권하고 있다.
              이들과 더불어 시왕의 권속들인 판관, 귀왕, 사자, 동자 등이 지장시왕

            탱의 전체를 이루고 있다. 지장탱화는 이와 같은 도상배치와 함께 교의적
            측면과 현실적 반영이 창의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홍천 수타사의

            지장탱화(사진 2)는 중앙 상단의 지장 본존을 중심으로 귀왕들과 사천왕
            등 다양한 존상들이 뛰어난 표현력으로 그려져 있어 주목된다. 그리고 지

            장 보살의 바로 아래에 선악 동자가 그려진 도상(사진 3)이 19세기에는 새
            롭게 나타나고 있다. 이 선악 동자(사진 3-1)의 근거는 『예수시왕생칠경』인

            데, 이들은 사람의 생전에 선업과 악업을 그대로 기록하여 두었다가 사후
            에 시왕에게 고하는 등 망자의 재판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통도사 비로암의 지장탱(사진 4)과 같이 지장삼존과 시왕 뒤로 병풍을 그
            려 넣어 공간감을 살려내고 있는데 당시의 일반적 문화상을 잘 드러내주

            고 있는 경우라고 하겠다. 특이한 구성의 경우로 연호사 지장탱(사진 5)을
            들 수 있겠다. 지장삼존과 그 권속을 그리고 그 주위에 공간을 분할하여

            각각의 지옥장면을 그려내고 있다. 이는 근대기 청나라의 민간화나 서양
            미술의 방법을 수용한 것으로 한 화면에 지장시왕의 의미를 모두 담아내

            고 있다고 하겠다. 종합하면, 지장 보살의 원력인 육도 중생을 구제하겠다
            는 본원本願을 드러내고, 또한 그 원력의 전개를 통해 일체 중생의 삶에 무

            한한 풍요를 부여해 주고자 하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이 지장탱
            화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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