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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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0호 | 달과 손가락 사이 18



                                             태풍은 또 올라오고 있는가

                                             고요 속에 발을 숨기고

           썼다가 지우고                           빙글빙글 놀이터를 돈다
           지웠다가 쓰는                           아이들이 종일 모래 위에 그려놓은
                                             얼굴을 피해

                                             내 맨발은 극락으로도 지옥으로도
           최재목 시인·영남대 교수
                                             아슬아슬하다


                                             비 내리면 금세 지워질 그림 위로

                                             개미도 기어오고, 비둘기도 날아들고

                                             바람도 오고, 가을도 오니
                                             여래如來도 온다
                                             그린 그림을 지우고 아이들은 떠나고,

                                             여름도 가고, 나도 갈테니

                                             여거如去도 간다


                                             한번은 여래였다가

                                             한번은 여거였다가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졸업, 일본 츠쿠         내 맨발은 고요 속에서
             바대에서 석·박사 학위 취득. 한국양명
             학회장·한국일본사상사학회장  등  역            썼다가 지우고, 지웠다가 쓴다
             임. 저서로 『상상의 불교학』 등 30여 권
             이  있고, 논문으로 「원효와 왕양명」 등
             200여 편이 있다. 6권의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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