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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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마조록․백장록
그러자 스님이 말씀하셨다.
“벽돌을 갈아서 무엇을 하시렵니까?”
“ 거울을 만들려 하네.”
“ 벽돌을 갈아서 어떻게 거울을 만들겠습니까?”
“ 벽돌을 갈아서 거울을 만들지 못한다면 좌선을 한들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겠는가?”
“ 그러면 어찌해야 되겠습니까?”
“ 소수레에 멍에를 채워 수레가 가지 않으면 수레를 쳐야 옳겠
는가,소를 때려야 옳겠는가?”
스님이 대꾸가 없자 회양스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그대는 앉아서 참선하는 것[坐禪]을 배우느냐,앉은 부처를
배우느냐.좌선을 배운다고 하면 선(禪)은 앉거나 눕는 데 있지
않으며,앉은 부처[坐佛]를 배운다고 하면 부처님은 어떤 모습도
아니다.머무름 없는 법에서는 응당 취하거나 버리지 않아야만
한다.그대가 앉은 부처를 구한다면 부처를 죽이는 것이며,앉은
모습에 집착한다면 그 이치를 깨닫지 못한 것이다.”
가르침을 듣자,스님은 마치 제호(醍醐)를 마신 듯하여 절하며
물으셨다.
“어떻게 마음을 써야만 모습 없는 삼매[無相三昧]에 부합하겠
습니까?”
“ 그대가 심지법문(心地法門)을 배움은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
고,내가 법요(法要)를 설함은 저 하늘이 비를 내려 적셔 주는 것
과도 같다.그대의 인연이 맞았기 때문에 마침 도를 보게 된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