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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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내가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지친 몸으로 나호(羅湖)에 돌아와 쉴 때
            였다.문을 굳게 닫고서 찾아오는 손님을 모두 물리치고 세상과 접촉을
            끊은 채 곰곰이 지난날을 돌이켜 보니,총림에 드나들면서 듣고 보았던
            옛 분들의 말씀과 행적이 적지 않았다.그런 중에는 큰스님들의 법문이
            나 도반들 간에 있었던 이야기에서 들은 것도 있었고,깨진 비석 조각이
            나 좀먹은 책 등에서 본 것도 있었다.그런데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것들이 없어질까 염려가 되었다.그리하여 차분히 정리하지 못하고,그
            저 보고 들은 순서대로 중요한 것을 모아 책을 만들고  나호야록(羅湖野
            錄) 이라 이름하였다.

               그러나 시대도 달라지고 사건도 각각 다르므로 혹시 잘못 전해져서
            옛 분들께 누를 끼치고 뒷사람에게 비난을 들을까 두려웠다.그래서 우
            선 나 혼자 간직한 채 정확하게 고쳐 줄 사람을 기다린다.혹시라도 식
            견이 해박한 자가 있어서 정론의 붓을 잡고 승보사(僧寶史)를 저술할 때
            이것을 보완하고 수정해 준다면 형편없이 엉성한 여기에 진정 보탬이 없
            지 않을 것이다.


                 소흥(紹興)을해(1155)10월 15일
                 호은당 석효영(湖隱堂 釋曉瑩)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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