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고경 - 2015년 2월호 Vol.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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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미리 정리해 둔 법문집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2003                                 한 일주일 시간이었다.

          년 11월, 조계종출판사)와 자서전 『누구 없는가』(2009년 11월, 김
          영사)는 자료를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당신 삶과                                      한 줌의 재만 남기다
          어울리지 않는 허례인 화환은 마음만 받고 꽃은 일체 사양                                        세워놓은 장작더미 위로 타오르는 불꽃은 당신의 마지막
          했다. 영단과 식장은 평소 당신의 성정대로 가능한 한 단순                                     자비심처럼 겨울밤의 냉기와 어둠을 걷어내 주었다. 다비장
          미와 절제미가 제대로 드러나도록 상주(喪主) 제자들과 종무                                     을 지키는 대중들은 둥근 원을 그리면서 밤샘 정진을 했다.

          소 소임자들이 함께 구석구석 살폈다.                                                 몇 바퀴를 돌다말고 고개를 드는 순간 영정사진과 눈이 마
            산중의 사부대중 역시 한 마음으로 자기자리를 지키면서                                      주쳤다. 변함없는 모습의 사진이 불타는 숯더미를 가만히
          필요할 때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옆에서 훈수하며 도와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사진이 스승의 모습일까? 아니면 숯

          주기만 하면 되는 영결식과 바둑돌을 한 수 한 수 직접 놓                                     더미 속의 법구(法軀)가 스승의 모습일까? 어차피 의문만 있
          아야 하는 영결식이 주는 차이가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체감                                      지 답은 없다. 그냥 걷는 게 해답이다. 여명이 밝아올 무렵에
                                                                               는 오로지 한 줌의 재만 남았을 뿐이다.


                                                                                 도대체 그 사이에 어디로 가신 것일까?



                                                                                 아불이여 (我不離汝)하고 여불이아(汝不離我)로다
                                                                                 나는 너를 떠나지 않았고 너도 나를 떠나지 않았다.



                                                                                 남아 있는 이들을 달래기 위해 옛 선인들은 이런 게송을
                                                                               미리 남겨둔 것이리라. 이제 늘 좌우명처럼 들려주시던 말씀
                                                                               을 법신 (法身)삼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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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비가 끝나고 스승의 진영 옆에 앉은 원철 스님                                             외홍부쟁지덕 (外弘不諍之德)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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