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고경 - 2015년 2월호 Vol.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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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 번뇌 중의 ‘경계상(능현상)’이다. 마치 밝은 거울처럼      [ (대승기신론 원문) 六者, 根本業不相應染, 菩薩盡地,

 모습과 형상을 나타내는데(비추는데), 이것은 근본무명의   得入如來地能離故.] [ (원문에 대한 법장의 주석) “六根本
 명령에 따라 경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보살이 팔지에 이르  業”者, 五意中業識, 三細中業相, 以無明力不覺心動故.
 면, 세 가지 세간의 자재함을 얻는데, 모양과 본성이 마음   “菩薩地盡等”者, 謂十地終心金剛喻定無垢地中, 微細
 따라 저절로 일어나 장애가 없다. 이를 ‘색자재지능리’라 부  習氣心念都盡故.]
 른다. ‘색부자재지’에서는 ‘현식’이 없어지지 않으나, 팔지에   ●[여섯 번째, 보살 십지 가운데 열 번째인 보살진지 (법

 이르러 그 모양들이 사라진다.]  운지)에 도달해 여래의 경지에 들어가면 ‘근본업불상응염’
    [ (대승기신론 원문) 五者, 能見心不相應染, 依心自在地  이라는 번뇌에서 벗어난다.] [여섯 번째 ‘근본업’이라는 것
 能離故.] [ (원문에 대한 법장의 주석)“五能見心”者, 五意  은 ‘다섯 가지 의식’ 가운데의 ‘업식’이자, 세 가지 미세한

 中轉識, 三細中能見相, 以根本無明動令能見, 上文  번뇌의 하나인 ‘업상’이다. 이는 무명의 힘에 의해 저절로
 云, 依於動心成能見故. 第九地中善知眾生心行十種  마음이 움직이는 것[번뇌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보살지
 稠林故, 云心自在. 此於他心得自在, 又以自得四十無  가 다했다’는 것은 마지막 십지 (무구지)에서 ‘금강유정’이라
 礙智, 有礙能緣永不得起故, 云心自在地能離也.]    는 선정을 닦아 미세한 습기・번뇌마저 모두 완전히 여의었
 ●[다섯 번째, 보살 십지 가운데 아홉 번째 경지인 심  기에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밑줄은 성철 스님이 인용한 부분).

 자재지 (善慧地)에 도달하면 능히 ‘능견심불상응염 (번뇌의 일
 종)’에서 벗어난다.] [다섯 째 ‘능견심’이라는 것은 ‘다섯 가  성철 큰스님은 원래의 문맥과 무관하게 완전히 새로운 문
 지 의식 [五意]’ 가운데 전식 (轉識)을 말하며, 세 가지 미세  장을 구성한 경우입니다. 큰스님께서 문장 전체의 대의의

 한 번뇌 중의 ‘능견상’을 가리키는데, 이는 앞에서 말했듯  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부분만 인용한 것이란 점
 이,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홉   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선문정로』에 인용된 문
 번째 경지인 선혜지에 이르면 중생의 마음에 생기는 열 가  장 전체에 대한 이런 식의 세밀한 분석은 강 교수님의 논문
 지의 번뇌에 대해 잘 알기에 ‘심자재’라 한다. 선혜지에서는   이외엔 전무합니다. ‘멀지만 가야 할 길’이 앞에 펼쳐져 있으
 자기의 마음과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있고, 열네 가지 막힘  니 ‘멀고먼 이 길’을 가야만 합니다. 큰스님이 주창한 사상이

 없는 지혜를 얻으며, 경계에 반연되는 마음과 장애가 영원  한국불교의 독창성과 독자성, 그리고 정합성과 체계성을 보
 히 일어나지 않기에 ‘심자재지능리’라 한다.]    여주는 훌륭한 사상이라는 점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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