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15년 3월호 Vol.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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쳤다는 안도감에 가슴이 뿌듯하다. 다시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달은 벌써 저만큼 달아나 있다. 대신 북두칠성이 머리
          가까이 반짝거린다.
           스님! 성철 큰스님! 스님도 밤새 공부하시다가 지금 저희처럼 이렇게
          하늘을 올려다보고 달을 보셨겠지요. 저희에게 지혜를 주십시오. 공부
          할 수 있는 근기를 주십시오. 간절한 마음을 바람에 담아 별에게 전한
          다. 600배를 마쳤다. 2400배가 끝난 것이다. 남은 600배, 몇몇 분들
          이 300배씩 나누어하자는 분들도 계시고, 힘이 드니까 600배를 한꺼
          번에 하자는 분도 계시다.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점점 호흡도
          빨라지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왼쪽 팔꿈치가 까졌는데 몹시 아프다. 마
          지막 200배가 남았다. 너무나 힘이 든다.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면
          서 보니까 다른 분들은 얼굴에서 빛이 나는데 나만 유독 새빨갛다.
           그러나 마지막 200배에 이르기까지 단 한 배도 빼먹지 않았다. 부처
          님 명호를 부르는 것도 잊지 않았고, 새벽 3시 45분 드디어 200배가
          끝났다. 삼천배를 내가 마친 것이다. 조용한 회한이 가슴을 저민다. 왜
          이제야 이곳에 왔을까? 과연 나는 이 삼천배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절
          이 끝나고 모두가 그 자리에 쓰러졌다. 나 또한 죽은 듯이 누워서 이런
          저런 생각을 거듭한다. 다음날 아침 7시 삼천배를 마친 사람들에게 특
          별히 하사(?)하는 불명을 받는 도반들이 20여 명 가량 되었다. 원택
          스님께서 일일이 호명하시며 불명과 성철 큰스님의 낙관이 새겨진 휘
          호와 원상을 선물로 주셨고, 다정하고 따스한 말씀으로 자신을 바로
          보라는 법문도 함께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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