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고경 - 2015년 3월호 Vol.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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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행

          기 험
            체

                              나는 이 삼천배에서                                       을까? 슬그머니 걱정도 된다.
                                                                                삼천배에 앞서 세검정 옥천암에 당도했다. 마침 저녁 예불시간과 맞
                                 무엇을 얻었을까?                                     물려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범종소리를 들으며 보도각 백불님께 108

                                                                               배를 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절을 하는데, 갑자기 내 눈
                                          _  아비라 카페 ID 세간정 님                   앞에 너무나도 또렷하게 나타나는 스님의 초상! 붉은 가사를 걸쳐 입

                                                                               으시고 주장자를 한 손에 든 채 의자에 단정하게 앉아 계신 모습.
                                                                                나는 얼른 고개를 흔들며 눈을 떠보았다. 지금까지 한번도 없던 일이
                                                                               었다. 잘못 본 것이 아니었을까? 자리에서 일어나 두 번째 절을 하는데
                                                                               아까와 똑같은 모습의 스님 영정이 더욱 또렷하다. 누구실까? 퍼뜩 떠
           이쯤에서 내 닉네임에 관해 이야기해야겠다. 내 닉네임은 ‘가야’이다.
                                                                               오른 것이 대각사 법당에 계신 용성 스님? 그러나 찬찬히 보니 용성 스
          가야! 이 가야라는 명사와 전생에 나는 아주 각별한 인연이 있었던 것
                                                                               님은 아니시다.
          이 분명하다. 가야라는 이름만 들어도 마냥 서럽고 눈물이 흐르니 말
                                                                                그렇다면 누구시란 말인가? 혹시 기도를 잘못하여 스님들이 말씀하
          이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닉네임을 가지면서 나는 처음부터 가야라는
                                                                               시는 마장이 생긴 것이 아닌가? 내 눈 앞에 선명한 그 분의 모습을 가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다. 가야, 가락국, 가야산, 붇다가야, 모두가 불
                                                                               만히 살펴보니 신장님처럼 부리부리한 눈의 광채가 선명하다. 아! 그렇
          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나
                                                                               다, 그 분은 분명 성철 큰스님이 분명하셨다.
          와 불교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말이 된다.
                                                                                나는 너무나 감격스러워 오래도록 좌복에 엎드려 있었다. 108배를
           해인사 백련암에서 삼천배 기도를 하는데, 마침 서울에서도 버스를
                                                                               하는 동안 내내 성철 스님은 그렇게 나와 함께 계셨었다. 해인사 백련
          대절하여 간단다. 늘 아웃사이더로 살아왔던 내가 원 안으로 들어가
                                                                               암에 가려고 하니 성철 큰스님께서 나타나시다니, 나는 회심의 미소를
          기로 한 것이다.
                                                                               지었다. 삼천배 문제없이 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드디
           삼천배를 몇 번 해 본 경험은 있지만 정말 내가 삼천배를 잘 할 수 있
                                                                               어 해인사 백련암행 버스가 있다는 지하철 2호선 방배역 2번 출구로
                                                                               향했다.
           독자 여러분들의 생생한 수행 체험기를 지면에 게재하고자 합니다. 참선,
           절, 주력, 능엄주, 아비라 등 어느 수행이든 상관없습니다. 여러분들의 수행
           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면 『고경』 편집실(02-2198-5101)로 연락 부탁드                        3. 도반      버스에 오르니 운전석 뒤 앞좌석이 비어 있다. 예상 밖
           립니다. 원고 분량은 200자 원고지 기준 15매입니다.
                                                                               의 일이었다. 앞좌석은 누구나 선호하는 자리이기 때문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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