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15년 3월호 Vol.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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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을 맞아서 정신이 없었다. 슬픔이고 뭐고 돈 걱정이   오랜만에 신심을 내서 방바닥을 닦는다. 무릎 꿇고 엎드린

 가장 컸다. 장례식장에 오신 스승께서 어떻게 할 거냐고 묻  자세로 걸레를 밀자니 불편하여 철퍼덕 앉아 본다. 엄마가
 기에 49재를 못 지낼 것 같다고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당신  앉은 채 엉덩이를 옮겨가면서 걸레질을 하던 이유를 몸으
 께서 집에 와서 초재를 지내주셨다. “머리 깎고 출장 푸닥거  로 알 나이가 된 것이다. 걸레질 하던 중에 콧노래를 흥얼거
 리는 처음이야”하시면서. 그 뒤 다섯 번은 그대로 따라하고   리는 나를 발견하고 흠칫 놀라 멈추었다가, 엄마 가신 일이
 매일 아미타경을 읽어드리라 하여 그렇게 했다. 평소에 무시  ‘원통해 못 살겠네’도 아니고, 하면서 계속 흥얼거렸다. 이러

 하던 절차와 형식이 통증완화에 그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  고도 동네 효녀로 소문났으니 내 연기력은 가히 대종상감이
 랐다.      다.
 49일째 되는 날만 봉선사에 오라고 하셨다. 얼마를 가져  장례식장에서도 입관할 때 말고는 거의 눈물이 나지 않았

 가야 하느냐고 또 돈 얘기를 물었다. “네 형편에 맞게 하되,   다. 내내 웃었던 것 같다. 보다 못한 친구가 표정관리 좀 하
 조금 힘에 부친다 싶을 만큼 내라”고 하셨다. 좀 애매하다   라고 찔러주었다. 후배가 문자를 보내 주의를 주었다. ‘엄니
 싶었지만 시키는 대로 하고나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너무   가셨다고 너무 조아하기 없기^^’ 그러나 본심이 삐져나오는
 힘에 부치게 냈으면 아버지는 죽어서도 나를 힘들게 하는구  데야 낸들 어쩌랴.
 나 하는 원망이 들었을 것 같다. 섭섭하게 했으면 두고두고   방을 다 닦고 앉아 있으니 참 조용하다. 소원대로 고아가

 후회로 남았을 것 같다. 현명한 스승을 둔 덕분에 그 뒤로   되었고 고아가 되자마자 독거노인이다. 이제 엄마를 보러 요
 다른 일을 할 때도 ‘조금 힘에 부치게’가 기준이 되었다.  양병원에 갈 일도 없다. 하루 일과 중에 한 부분이 빈다. 허
          전하다. 무얼 할까.

 #장면2
 설날에 정심사에 가서 제사를 드렸다. 법당 가득 모여서
 합동으로 제사를 지내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차례가 오
 자 영단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고 기원을 했다. 지옥에 빠진
 엄마를 구해올 목련존자의 신통이 없으니 이제부터라도 착

 하게 살아서 윤회의 수레바퀴에 빵꾸라도 내 드리고져….
          이인혜         불교학을 전공하였고, 봉선사 월운 스님에게 경전을 배웠다. <선림고경총서>
 집에 오니 맘껏 어질러진 방 꼴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승만경』, 『금강경오가해설의』, 『송고백칙』을 번역했다.


 56  고경  2015.03.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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