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고경 - 2015년 5월호 Vol. 25
P. 4

여시아견





            발전하는 연등회를


            기대하며





            _  원택 스님






                                                                                                            초파일 봉축행사의 하나인 연등행렬

            이제는 “거기가 어디더라?”고 생각해봐야 할 정도로 기                                     아니면 연등을 큰절 (해인사)에서 가져옵니까?” “그 행자 초파
          억이 희미해졌습니다만 외할머니 손에 잡혀, 또 어느 해에                                      일이 되게 기다려지는 모양이네요. 여기는 암자인데 어떻게

          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초파일 행사에 따라 갔던 추억이 가                                     큰절 등을 가져온다는 발상을 다 할 수 있소? 백련암은 초
          물가물합니다. 초등학생 때 갔던 절은 시끌벅적하고 마당에                                      파일 등을 달지 않아요!”
          연등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풍경이 신기하였습니다. 고등                                        원주스님의 날카로운 눈빛에서 나오는 말을 듣는 순간 무

          학교 때 불교학생회에 가입하고 나서 절집에서 초파일을 맞                                      척 무안했습니다. 저는 방장스님이 계시는 곳이니 연등을 만
          이하는 바쁜 나날들을 조금은 익힐 수 있었습니다.                                          들지 않아도 큰절에서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원
            세월이 지나 백련암으로 출가하게 되고 초파일이 다가오                                      주스님은 상당히 기분 상해하는 눈치였습니다. 앞뒤 사정을
          면서 행자였던 저는 무척 바쁜 나날이 될 것이라며, 그야말                                     알지도 못하는 갓 출가한 행자의 섣부른 걱정이 원주스님에
          로 발을 동동거리며 뛰어다녀야 할 것만 같은 걱정 아닌 걱                                     게 무안을 당했습니다. 백련암에 살면서 “내가 해인사 방장

          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조바심이 나서 어느 날 원주스님에                                     인데, 이곳 백련암에 등을 다는 것은 어른으로서 할 일이 아
          게 물었습니다. “백련암은 초파일 등을 준비하지 않습니까?                                     니다. 백련암에 초파일 등을 달고 싶다는 신도는 다 큰절로


          2                                          고경  2015.05.                                                                 3
   1   2   3   4   5   6   7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