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15년 8월호 Vol. 28
P. 47
들은 번뇌에 빠져 들고, 사회는 논쟁과 분열에 휘말리면서 겨나고, 수만 가지 번뇌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모든 갈등의 뿌리가 되는 유와 무는 ‘모’ 아니면 ‘도’라는
불교는 세상의 평화와 중생의 안락을 추구하는 종교인만 흑백논리이며, 옳고 그름으로 양단하는 이항대립적 사유방
큼 이런 갈등과 번뇌를 해소할 수 있는 가르침을 제시해야 식이다. 이와 같은 이분법적 사유방식은 중생들이 세상을
할 책무가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다양한 문제를 해소하기 바라보는 기본적인 프리즘으로 작동한다. 유・무라는 프리
위해서 수많은 주의와 주장에 대해 일일이 파악하고, 다양 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전체는 나와 너로 분리되고, 진
한 취향과 사안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는 것일까? 보와 보수로 갈등하고, 내 편과 네 편으로 대립하기 시작한
만약 번뇌와 고통을 유발하는 원인이 수없이 다양하다면 그 다. 이처럼 중생들이 겪는 모든 번뇌의 원인은 이원적 사유
렇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번뇌와 갈등을 유발하는 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대비바사론』의 설명이다.
근원적인 원인이 따로 있다면 그것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해 성철 스님은 이런 관점에 입각하여 “나쁜 견해, 즉 변견이
법을 제시하는 것이 불교가 해야 할 처방이다. 비록 종류는 많지만 결국은 단견 (斷見)이 아니면 상견(常見)
그렇다면 중생들이 갈등하고 번뇌하는 것은 수십, 수만 이고, 상견이 아니면 단견”이라는 두 가지 극단적 사유패턴
가지의 원인에 의해서 생겨난 것일까? 성철 스님은 이 문제 으로 압축된다고 설명했다. 중생은 유와 무로 분열되는 안경
에 대해 답하기 위해 『대비바사론』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고, 유와 무라는 분별적 사유방식으
내용을 인용한다. 즉, “모든 나쁜 견해가 비록 많은 종류가 로 세상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있으나 이 두 가지 종류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 여기서 유・무는 단지 있음과 없음이라는 두 가지 범주에
이다. 중생들은 날마다 수만 가지 이유로 갈등하고, 수만 가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분법적 사유를 대표하는 개념
지 사안으로 싸우며 괴로워하지만 갈등의 뿌리를 파고 들어 으로 확장된다. 이 때문에 『대비바사론』은 모든 분열과 갈
가 보면 두 가지로 명제로 압축된다는 것이다. 등을 넘어서는 처방으로 중도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즉, “모
그 두 가지 명제에 대해 『대비바사론』은 “세간의 사문과 든 외도의 나쁜 견해가 단견과 상견의 종류 안에 들어가지
바라문 등이 의지하는 견해는 모두 두 가지 견해에 들어가 않는 것이 없으므로[無不皆入斷常] 모든 부처님께서 이것을
나니, 유견 (有見)과 무견(無見)이 그것이다.”라고 설하고 있다. 대치하기 위해 중도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무엇이 ‘있다’는 ‘유견 (有見)’과 무엇이 ‘없다’는 ‘무견(無見)’으 비록 중생들이 수많은 견해를 일으켜 갖가지 희론(戱論)
로 대별되는 두 가지 견해의 대립에서 수만 가지 갈등이 생 을 일삼고, 그로 인해 고통 받고 있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44 고경 2015.08.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