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고경 - 2015년 8월호 Vol.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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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음이 한 변이고 모든 법이 없음이 한 변이니, 이 양변을 떠 되는 양변의 강을 건너가는 것이다.
나 중도를 행하는 것이 반야바라밀”이라고 단언했다. 중생들 양변의 강은 단절의 강이며, 이분법적 사유의 강이며, 경
의 고통은 유・무로 대립되는 양변에서 비롯됨으로 그와 같 쟁과 대립의 강이다. 그로 인해 조국 강토의 허리는 남북으
은 변견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야 중도정견이 열린다는 것 로 갈라졌고, 민족은 천만 이산가족으로 흩어졌으며, 사회
이다. 는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척을 지고 살아간다.
이처럼 용수보살은 중도를 깨닫는 것이 곧 궁극적 실제를 따라서 바라밀에서 ‘건너감’이란 광활한 태평양을 건너가
깨닫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단견과 상견이라는 변견을 거나 십만 억 국토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너, 있음과
떠나 중도를 체득하는 것을 반야바라밀이라고 정의했다. 『대 없음, 진보와 보수로 갈라진 양변의 강을 건너가는 것이다.
지도론』에 따르면 “항상함도 한 변[常是一邊]이고 단멸함도 이쪽 언덕[此岸]이 분별과 양변의 언덕이라면 저쪽 언덕[彼
한 변이니 [斷滅是一邊], 이 양변을 떠나 중도를 행함[行中道] 岸]은 양변이 사라진 중도의 언덕이다. 있음과 없음으로 대
이 반야바라밀”이라고 했다. 수만 가지 차별적 견해는 결국 변되는 양변의 강을 건너 중도의 언덕에 이르는 것이 바로
유와 무, 단과 상이라는 두 가지 극단으로 귀결된다. 반야바 반야바라밀이다.
라밀이란 그와 같은 단견과 상견으로 대별되는 극단적 사유
의 늪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반야부의 여러 경전의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용수보살의
근본사상은 ‘지혜로써 고해를 건너가는’ 반야바라밀에 있다.
그 반야바라밀에 대해 『대지도론』은 “유(有)를 떠나고 무(無)
를 떠나며, 유가 아닌 것도 떠나고 무가 아닌 것도 떠나서 어
리석음에 떨어지지 않고 능히 바른 도를 행하는 것이 반야
바라밀이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반야바라밀에서 지혜로써 건너가야 할 세상은 서방
으로 십만 억 국토나 떨어져 있는 서방극락도 아니고, 수만 서재영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위를
가지 번뇌의 강을 일일이 다 건너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
모든 번뇌를 건너갈 수 있는 반야의 지혜란 유와 무로 대변 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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