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고경 - 2015년 8월호 Vol.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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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변을 떠난 중도가 반야바라밀

            조계종의 소의경전 『금강경』은 반야부를 대표하는 경전
          이다. 이들 반야부 경전의 이름에는 ‘반야바라밀 (般若波羅蜜)’
          이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다. 『금강반야바라밀
          경』, 『인왕반야바라밀경』, 『대반야바라밀경』, 『마하반야바라
          밀다심경』 등이 그것이다. 대승불교의 주요한 사상이자 육

          바라밀 중에 하나인 반야바라밀은 범어 ‘프라즈냐 파라미타
          (Prajñā pāramitā)’를 음사한 말이다. 한역으로는 ‘대지도(大智
          度)’ 또는 ‘지혜도피안(智慧度彼岸)’으로 의역되는데, 그 뜻은

          ‘지혜로써 저 언덕으로 건너감’을 의미한다.
            여기서 ‘반야’로 표현되는 ‘큰 지혜’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
 유로 표현되는 상견(常見)과 무론 표현되는 단견(斷見)일 뿐  일까? 지혜란 탐진치 삼독 중에서 어리석음을 나타내는 ‘치
 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중생들이 앓고 있는 번뇌를 치유하  (癡)’에 대응하는 말이다. 초기경전의 가르침에 따르면 어리
 기 위해서는 유와 무로 분열된 인식을 치유해야 하는데 그  석음(癡)이란 삼법인과 사상제와 같은 불교의 진리를 모르
 것이 바로 중도(中道)를 깨닫는 것이다. 유・무로 대립하는 양  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반야바라밀에서 말하는 ‘반야’

 변을 벗어나는 것이 중도이고, 그와 같은 중도를 바로 알면   역시 교리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피안의 세계로 건너가
 불법의 궁극적 이치를 체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는 것을 의미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용수보살이 집필한 반
 결국 중생들의 번뇌가 팔만 사천 가지나 되고, 『중론』에서  야부 경전의 주석서 『대지도론』에 잘 설명되어 있다.

 도 여덟 가지의 대립개념을 열거하고 있지만 “부처님은 중도  『대지도론』은 “있다[有]는 견해와 없다[無]는 견해가 남김
 를 말씀하실 때는 오직 유・무 양변만 가지고 말씀하셨다.”  없이 소멸된 제법실상이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설명하고 있
 는 것이 성철 스님의 설명이다. 중생들이 다양한 견해에 사  다. 유와 무로 갈라져 대립하는 양변은 중생의 세계이고, 어
 로잡혀 있지만 그 내용은 유견과 무견이라는 대립의식으로   리석음의 세계이고, 무명의 세계이다. 반면 그와 같은 양변
 귀착되기 때문이다. 중도란 그와 같은 두 가지 극단에서 벗  에서 벗어나는 것은 중도실상의 세계이고, 구경의 경지이고,

 어나 마음의 평화를 회복하는 가르침이다.  불법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용수 보살은 “모든 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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