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고경 - 2015년 8월호 Vol.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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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아버지를 버리고 타국으로 떠난 아들은 옷과 밥  爾時 窮子 雖欣此遇 猶故自謂客作賤人 由是之故 於

 을 위해 품팔이로 고생하면서 여기저기 떠돌다가 우연히 본  二十年中 常令除糞 過是已後 心相體信 入出無難 然其
 국을 향하게 된다. 한편 아들의 생사를 모르는 아버지는 노  所止 猶在本處
 쇠해가는 자신의 몸을 보면서, 남아 있는 많은 재물들을 생
 각하면서 애타게 아들을 찾았으나 찾지 못하던 중 극적으  이 대목에 ‘유재’가 나온다. 좋은 거처를 누릴 자격이 있는
 로 아들을 발견한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를 몰라보고 오  아들이 자기가 누군지 몰라 아직 행랑채에 머물고 있다는

 히려 번쩍한 위세에 겁을 집어먹고 놀라서 기절한 뒤에 깨어  뜻이다. 아들은 소승법에 머물러 있는 제자를 비유한다.
 나서 도망친다. 아버지는 아들을 잡지 않는다.  이 비유를 읽고 나서 유재당을 보니, 거기 사는 사람과 건
 아들은 다시 가난한 동네에 가서 옷과 밥을 위해 거름치  물의 위치와 이름 지어준 사람과 이름의 의미가 잘 어울린

 는 일을 하며 고단하게 살고 있었다.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다. 게다가 ‘본처’같이 의미를 갖는 글자가 아니라, 허사 두
 그를 데려오기 위해 작전을 짠다. 집사 두 사람을 초췌한 형  자만 따서 그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대표한 운용의 묘가 기
 색으로 꾸며 아들이 일하는 곳에 일꾼으로 보낸다. 감쪽같  막히다. 이름을 지어준 사람은 평생 경을 읽고 번역하신 월
 이 위장취업을 한 집사가 품삯을 두 배로 주는 일자리가 있  운 스님이고 유재당 주인은 범패의 명인 인묵 스님이다. 봉
 다고 유인하자 구미가 당긴 아들이 아버지의 집으로 온다.   선사는 옛날부터 국가지정 교종본찰이고, 지금도 교학을 하

 일단 아들을 안심을 시키기 위해 아버지는 아직 신분을 밝  는 절이다.
 히지 않고 그저 편히 있으라 하면서, 이름을 다시 지어주고   그곳에 소리하는 제자 하나가 한동안 다른 절 주지를 맡
 아들과 맞먹는 특별대우를 해주었다.   아 떠나 살다가 몇 년 전에 다시 들어와 절 입구 행랑채 쯤

 아들은 이런 행운을 만난 것이 기쁘긴 했으나 여전히 자  되는 자리에 거처한다니, 집 나갔다 돌아온 아들을 어떻게
 신을 고용살이나 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무려 이십   든 유인하려는 아버지의 사랑과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작명
 년 동안 거름을 치면서 그 집에 살고 나서야 겨우 서로 간에   이라고 혼자서 해석해 보았다.
 믿음이 생겼다. 그래서 아버지 처소에 어려움 없이 드나들게   그리고 이번에 가서 조실스님을 뵈었다. 스님이 닳아질까
 되었는데, 그러면서도 자신은 아직 본래 있던 처소에 있었  두려워 올해 들어 몇 번 찾아뵙는 중인데, 이런저런 질문과

 다. (후략)  대답 속에 나를 골탕 먹이시는 걸 보니 아직 (猶) 건재(在)하
          시다. 유재당 이야기를 꺼내며 이름 지은 뜻을 물었더니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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