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15년 8월호 Vol.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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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과는 다른, 뜻밖의 대답을 하셨다. “거, 왜, 있잖아. 자장                                 이런 문장들을 읽고 그것을 소리로 표현할 수 있다니 좀 부

          율사 예참에 나오는 거.” 하시면서 단숨에 예참문을 줄줄 외                                    럽다.
          우신다. 자장 율사가 지은 게송이라고는 하는데 옛 전거는                                        유재당 주인의 아버지는 서도 범패를 전수하신 인간문화
          정확하지 않고 『석문의범 (釋門儀範)』에 실려 있다고 가르쳐                                    재 일응 스님이시다. 아버지에게 생물학적 유전자를 물려받
          주신다. 그러면서 자장 율사가 중국 가서 어느 탑에 모셔진                                     고 스승에게 교학적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그런지, 인묵 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보고 감격하여 ‘진신사리금유재’라고                                       님의 염불은 소리가 좋고 내용도 잘 전달된다. 범음을 펼치

          했는데, 거기서 ‘유재’ 두 자를 따왔다고 하신다. “아니 그럼,                                 기에 최적화된 몸이다. 유재당 염불소리가 유재하기를 바라
          『법화경』은요?” “아, 그건 그거고.” 아마 두 마음을 다 담아                                 면서, 능엄도량 다경실에 스승님이 아직 계심에 감사하면서
          서 중의법을 쓰신 것 같다.                                                      절을 나왔다.



              만대의 전륜왕 삼계의 주인
              쌍림에서 가신 지 몇 천 년인가
              진신사리 지금도 여기 계시어

              뭇 중생 예배가 끊이지 않네.
              萬代輪王三界主   雙林示滅幾千秋
              眞身舍利今猶在   普使群生禮不休



            이 해석을 따르자면, 유재당은 상좌가 아직 그 자리에 있
          어줘서 감격스럽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 된다. 그러고 보니
          그 건물이 절 입구에 수문장처럼 듬직이 서 있다.
            조실을 나오는 길에 염불원에 들르니 유재당 주인이 친정
          오빠처럼 반갑게 맞아주신다. 방바닥 한 편에 프린트된 문

          서들이 쫙 펼쳐져 있다. 의례에 관계된 문헌들을 다시 보고
                                                                               이인혜         불교학을 전공하였고, 봉선사 월운 스님에게 경전을 배웠다. <선림고경총서>
          있다고 한다. 몇 장 읽어보니 아름다운 문장들로 짜여 있다.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승만경』, 『금강경오가해설의』, 『송고백칙』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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