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고경 - 2015년 9월호 Vol.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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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아견
“마음 안에 있습니다.”
“행각하는 사람이 무슨 이유로 하나의 바위돌덩이를 마
법안종과 고려시대의 광종 음속에 두고 있는가?”
스님은 말이 궁색하여져 대꾸할 수가 없었습니다. 짐 보
따리를 내려놓고 지장 스님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법석에서
결말을 짓기를 청했습니다. 한 달 남짓 매일같이 매일 견해
_ 원택 스님
를 진술하며 도리를 마지막까지 설명해 보이자 지장 스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불법은 그런 것이 아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생각할 도리도 없게 되
법안문익(法眼文益, 885-958) 스님은 7살에 출가하여 20살 었습니다.” 그때 지장이 말했습니다.
에 구족계를 받았습니다. 선사는 여항 사람으로 처음에는 “만일 불법을 논하자면 모든 것이 눈앞에 나타나 있는 그
복주의 장경혜능(長慶慧稜)에게 참례하였다가 종종 현사사 대로인 것이 아닌가?”
비 선사의 제자인 지장계침 (地藏桂琛, 867-928)을 만나곤 했 법안 스님은 그 말끝에 확실히 크게 깨달았습니다. 이렇
는데 마침내 그의 법을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게 하여 당말 5대 10국의 선의 최후를 장식하며 송 초의 불
지장원을 지나다가 눈으로 길이 막혔습니다. 며칠 쉬던 차 교를 크게 인도하는 법안종(法眼宗)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에 눈이 그쳐 떠나겠다고 인사를 하자 지장 스님이 문에서 법안 스님의 법은 제자인 천태덕소(天台德韶, 891-972)로,
전송하며 말씀하였습니다. 천태덕소의 법은 영명연수(永明延壽, 904-975) 스님으로 이어
“그대는 삼계는 마음일 뿐이며, 만법은 오직 식일 뿐이다 졌습니다.
(三界唯心 萬法唯識)고 항상 말을 한다.” 법안 스님이 남긴 다음의 유명한 ‘삼계유식(三界唯識)’의
그리고 다시 지장 선사는 뜰 앞에 있는 바위덩이를 가리 송이 있습니다.
키며 물었습니다.
“이 바위 돌덩이는 그대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인가, 그렇지 삼계(三界)는 오직 마음일 뿐이며, 존재하는 만상은 모두
않으면 마음 밖에 있는 것인가?” 식 (識)이니라.(三界唯心 萬法唯識)
2 고경 2015.0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