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고경 - 2015년 9월호 Vol.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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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식(識)일 뿐이며 삼라만상이 오직 마음뿐이니(唯識
             唯心)
             눈으로 소리를 듣고 귀로는 물질을 보아야 하니(眼聲耳色)
             물질은 귀에 이르지 못하고(色不到耳),
             소리인들 어찌 눈에 닿을 수 있겠는가(聲何觸眼)
             눈으로 물건을 보고 소리를 들을 때(眼色耳聲)

             일체의 존재가 식별되며 (萬法成辨)
             삼라만상이 인연으로 된 것이 아니라면(萬法匪緣)
             어떻게 아지랑이와 같은 존재를 볼 수 있을까?(豈觀如幻)

             누가 산하대지를 견고하게 또 변화하게 하는가?(山河大地                                                              구산선문 중 하나인 봉암사 태고선원 모습
             誰堅誰變)
                                                                                 그 뒤 통현봉(通玄峰)에 주석하면서 게송을 지었습니다.
            천태덕소 스님은 법안 스님의 법제자로 어려서 출가하였
          고 18세에 구족계를 받았습니다. 54명의 선지식을 찾아뵙                                        통현봉 마루턱은

          고 나서 법안 스님을 찾아 왔는데, 법안 스님은 덕소 스님을                                       인간 세상 아니니
          한 번 보고 큰 그릇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그만 참                                       마음 밖엔 법이 없다 하지만
          문을 게을리하고 그저 대중에 섞여 있을 뿐이었는데 하루                                          눈에 가득 보이는 것은 푸른 산뿐일세.

          는 법안 스님이 법상에 오르자 한 스님이 물었습니다.                                           (通玄峰頂 不是人間 心外無法 滿目青山)
            “무엇이 조계의 한 방울 물입니까?”
            “이것이 조계의 한 방울 물이로다.”                                                 법안 스님은 이 게송을 듣고는 “이 게송만으로도 우리 종
            덕소 스님은 그 자리에서 크게 깨치고 법안 스님에게 아                                     문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뢰자 법안 스님이 말하였습니다.                                                      천태종에 희적 (曦寂)이라는 분이 있었는데 그가 곧 나계

            “그대는 뒷날 국왕의 스승이 되어 조사의 도를 크게 빛낼                                    (螺溪) 스님입니다. 나계 스님은 덕소 스님에게 여러 차례 부
          것이니 내 그대만 못하다.”                                                      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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