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고경 - 2015년 10월호 Vol.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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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여 있던 마음이 한 가닥 더 꼬이는 기분이다. 약사여래는

                                                                               어디에 계시는지, 도대체 계시기나 한 건지….
                                                                                 전하는 말에, 약사여래는 열두 가지 원을 세워 발심한 뒤
                                                                               로 겁나게 긴 세월을 닦아 성도하고 현재 아픈 중생을 건지
                                                                               고 계신다고 한다. 중생의 아픔이 종류가 많기 때문에 그의
                                                                               원에는 아픔의 형태가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두 가지만

                                                                               예로 들자면, 이렇다.


                                                                                  “내가 다음 세상에 보리를 얻을 때, 불구가 되었거나 못
                                        서울 강남에 조성된
                                        초대형 약사대불 모습                               생겼거나 어리석거나, 눈이 멀었거나 말을 못하거나 앉은
                                                                                  뱅이, 곱사등이, 문둥이, 미치광이 등 갖은 병고에 시달
          게 무슨 말인지 맥락을 아는 대중이 와르르 웃고 박수를 보                                        리는 중생이 있다면, 그가 나의 이름을 진심으로 부르고
          냈다. 다음은 조직 내에서 부대끼느라 힘에 겨운 야당대표                                         생각한다면, 누구나 멀쩡한 몸을 얻고 모든 병이 소멸되

          차례였다. “약사대불은 저를 비롯해서, 아까 우리 김무성 대                                       기를 바라옵니다. 내가 다음 세상에 보리를 얻을 때, 가
          표님 비롯해서 몸과 마음이 아픈 이 시대 중생들에게 가장                                         난하고 곤궁하여 의지할 데가 없고 온갖 병고에 시달리
          절실한 도움을 주는 부처님입니다.…” 역시 무슨 말인지 속                                        면서도 약과 의사를 만나지 못하는 중생이 있다면, 그가
          내를 아는 대중이 이번에도 한바탕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나의 이름을 듣기만 해도 모든 병이 나아서 몸과 마음이

          또 한명의 초청인사로, 아들의 병역기피 문제가 다시 들먹여                                        편해지고 마침내 보리를 성취하기 바라옵니다.”
          져 괴로운 서울시장은 “아픈 사람들이 참으로 많은 것 같습
          니다.”라고 정리했다.                                                           이 부처님의 원력을 읽어보면 앓고 있는 병에 따라 맞춤
            뉴스를 보는 내내 속이 편치 않았다. 뭘 잘했다고 박수를                                    형 약을 주실 것만 같다. 이를테면 여당대표에게는 사위의

          받는담. 책임이 무거운 자리니 만큼 아픔도 크겠지 하고 이                                     건강을, 한 라디오 프로(그것은 알기 싫다) 진행자의 말을 빌자
          해해보려 했으나 속에서 깊은 ‘빡침’이 올라왔다. 신심의 크                                    면 ‘새롭지도 않고 정치도 못하고 민주적이지도 않고 연합도
          기가 불상의 크기라고 좋게 생각해보려 했으나 역시 원래                                       못하는’ 야당의 대표에게는 통솔력을 주실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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