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15년 10월호 Vol.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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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는 취지인데, 결국 깨달았다는 인증인 셈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게 마음이므로, 심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치 날인한 뒤 도장을 치우지 않은 상
          태처럼, 어떤 모양으로 찍혔는지 과연 찍히기나 했는지 알아
          낼 도리가 없다. 이렇듯 심인은 분별과 시비의 영역을 초월
          해 있다.

            무심 (無心)을 설명할 때 으레 무쇠소의 비유를 든다. 이른
          바 에고(Ego)가 없는 마음이며 욕심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풍혈연소 선사 진영
          마음이다. 불자(拂子)는 총채처럼 생긴 물건인데, 번뇌를 털어

          낸다는 상징을 지닌다. 풍혈이 노피를 쥐 잡듯 몰아붙이는
 스레 스승의 도장을 찍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풍혈은   이유는, 그가 심인을 가지고 사기를 치려했기 때문이다. 심인
 “고래를 낚아서 바다를 맑히려 했거늘, 되레 개구리가 휘  을 이해한다는 건, 심인 그 자체가 아니라 심인에 대한 생각
 젓고 다니며 물을 흐리니 딱하구나.”라고 힐난했다. 노피  일 뿐이다. 스승의 ‘인감증명’을 노린 기만이요 위선이다.
 가 머뭇거리자 풍혈은 “꽥!” 하고 소리를 질렀다. 노피가   풍혈의 심인은 임제의현 (臨濟義玄)의 심인을 계승했다. “어

 궁리 끝에 한마디 하려하자 풍혈은 불자(拂子)로 노피를   떤 것이 제일구(第一句)냐.”는 질문에 임제는 “도장이 종이에
 때리면서 일렀다. “오늘의 화두를 알겠는가? 말해보라.”   서 떨어지기 직전이라 붉은 글씨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답
 노피가 입을 떼려 하자 다시 불자로 내리쳤다. 이를 지켜  했다. 행위는 했으나 자취는 없는 이것이 바로 법 (法)이다. 주
 보던 목주(牧主)가 말했다. “불법이나 왕법이나 비슷하군  객(主客)이 나눠지기 이전의 소식이며 무생(無生)의 경지다.

 요.” 풍혈이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목주는 “끊  노피의 허세는 이를 말 많고 냄새나는 생의 구렁텅이로 추
 어야 할 때 끊지 못하면 나중에 큰일 납니다.” 풍혈은 못   락시킨 격이다. ‘부처님의 몇 세손(世孫)’ 운운하는 풍토가 이
 이기는 척 법좌에서 내려왔다.   와 같다.
            심인은 비밀스럽다는 점에서 정치에 훼손되기 쉽다. 심인

 육질의 등급을 표시할 목적으로 고기에 낙인을 한다. 같  이 권력이 되는 순간, 심인은 도장이 찍힌 고깃덩어리로 전
 은 맥락에서 ‘심인’이란 도장이 찍힌 마음이다. 품질을 보증  락하고 만다. 그리고 그걸 몇 점이라도 뜯어먹겠다고 온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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