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15년 10월호 Vol.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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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 돌아가, 1부가 끝나고 2부 앵커브리핑 시간이다.                                       듬어야 할 국민의 아픔은 뒤쪽으로 비켜나게 된 것은

          설사 무슨 잘못을 저지른다 해도 무한히 용서해주고 싶게                                          아니었는지.
          생긴 손석희 앵커가 이 사안에 대해 논평을 했다. 진짜 아픈                                       경기도 용인시 미평리에는 ‘의왕불’이라 불리는 약사여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그의 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래불이 서 있습니다. 온화한 미소가 절로 웃음을 자아
                                                                                  내는 이 석불은 발이 보이지 않습니다. 왜 발이 보이지
             “아프다”                                                                않을까. 그저 추측해 보건대, 혹시 이런 의미는 아닐까

             한 사찰의 약사여래상 점안식에 참석한 여야 대표가 하                                        요. 물리적인 거리를 넘어, 모두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
             나같이 입을 모아 한 말입니다. 그들의 몸과 마음이 아                                       속에서 공존한다는 의미. 그래서 저토록 따뜻한 미소로
             픈 이유는 제각각이었습니다. … 이들을 초청한 스님마                                        바라보는 많은 이들을 위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저 “나라의 거목이 다 아프니 나도 아프다”고 답했다니,                                      “아프냐? 나도 아프다!” 오늘의 키워드였습니다.
             오늘 앵커브리핑의 키워드는 이렇게 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세부 사진을 검색해보니 용인 약사불은 받쳐주는 연화대
             정치권이 병 나음을 갈구했던 약사여래불은 병을 치유                                      도 없이, 발이 깨져 몸체에서 분리된 채, 땅바닥에 맨몸으로
             하는 ‘의사 부처님’입니다. 몸이든 마음이든, 치유가 필요                                  서 있다. 높이 4.05m, 두께 0.5m, 가슴너비 1.3m. 강남좌불

             한 이들을 위한 가장 친근한 부처님의 현신 중 하나입니                                    십분의 일도 되지 않아 보이는 입상(立像)으로, 스스로가 병
             다.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사찰에 이 약사여래불이 세                                     신이 되어 온몸으로 아픔을 표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약
             워진 이유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가 공유할 수 있                                    사여래를 찾아내서 뉴스를 만든 사람들, 참 눈도 밝다 하겠

             는 ‘아픔과 치유’를 상징하는 약사불을 세우고 싶다는                                     다. 끝으로 그 앵커의 여러 말을 한마디로 번역하자면, 이렇
             의미가 담겨있다고 하지요. 지금은 모두가 아픈 세상이                                     게 되겠다.
             니까요.                                                                “아프다고? 감히, 어따 대고!”
             그리고 여야의 대표는 그 앞에서 모두 아픔을 이야기했
             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아프다’는 말은 세간의 이야깃거

             린 되었을지언정 공감의 대상은 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인혜         불교학을 전공하였고, 봉선사 월운 스님에게 경전을 배웠다. <선림고경총서>
             … 그들이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쓰다듬는 동안 정작 보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승만경』, 『금강경오가해설의』, 『송고백칙』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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