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고경 - 2015년 11월호 Vol.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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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 더 얻어서 가방에 불룩이 넣었다. 언제나 염불보다는
잿밥이 먼저다. 배가 차고 나니 소리가 들려온다. 화청이다.
“타고지고 타고지고 반야용선 타고지고 가고지고 가고지
고 극락세계 가고지고 … 가봅시다 가봅시다 좋은국토 가
봅시다 천상인간 두어두고 극락세계 가봅시다” 범패와는 달
리 빠른 민요가락에 얹힌 소리가 비구니스님의 타고난 목청
을 타고 듣는 이의 애상을 자아낸다. 이번 영산재를 주관하
신 인묵 스님한테 들은 이야기로, 부모가 돌아가시고 재를
지낼 때 숙연하고 조용하던 분위기를 눈물바다로 바꿔놓는 었다. 염라대왕 앞에 가서 혼날 상상을 하며 그때의 무지를
것이 화청이라고 한다. 그럴 법 한 것이, 가사를 듣다 보면 한탄한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사진 속의 그분을 만났다.
구구절절 불효자의 가슴을 지지는 내용이 나온다. 부모님 사진으로 대면한 소감은 ‘도인도 일단 잘생기고 볼 일이다’
생전에 불효한 자식일수록 펑펑 울면서 지갑을 연다고 한다. 였다. 도인 났다고 소문났는데 가서 보니 못생겼으면 얼마나
나도 해봐서 아는데, 쏟아지는 눈물의 양과 꺼내는 돈의 액 폼이 안 날까, 따위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사진전을 준비한 친
수가 죄책감에 비례할 것이다. 구가 한 컷 한 컷 설명을 해주었다. 수좌들이 가득 앉아 있는
주지스님의 발원으로 세워진 사리전각에 성철 스님 사진 가운데 누더기 차림으로 선방을 한가운데를 거니는 모습. 해
이 전시되었다. 생전에 한번도 스님을 직접 뵙지 못했고 <선 인사 선방 어느 결제 때 예기치 않게 불쑥 나타나셨다고 한
림고경총서> 작업했던 인연으로 시자스님들을 통해 들어서 다. 또 옷매무새를 만져주는 시자의 손길을 흐뭇한 표정으로
알게 되었다. 선지 (禪旨)에 까막눈인 채로 일을 하려니 참 답 받고 계시는 사진도 있다. 웃음 띤 얼굴도 있고 짜증 섞인 표
답한 노릇이었다. 한번은 해석 안 되는 부분에 밑줄 그어서 정도 있다. 불멸의 순간들이 담긴 편편에 불멸의 누더기가 있
해석해 주십사하고 원택 스님 편에 전해드린 적이 있었다. 다. 꼭 그 누더기 안 입어도 성철 스님은 성철 스님이지만, 그
얼마 있다가 쪽지에 몇 자 적힌 답장이 왔다. 일필휘지로 써 러나 스승을 흠모하며 따라가는 제자들에게는 그 누더기가
내려간, 백운 청산을 읊은 한시 한 수였다. 문면 (文面)으로는 필요하다. 색이나 소리로 나를 구하는 자는 결코 여래를 보
읽히나 도대체 어록의 해당부분과 어떻게 연관이 된다는 건 지 못할 것이라는 구절을, 가르침을 얻어 들은 사람이라면
지 깜깜했다. ‘해석을 해달라는데 이게 무슨 암호람. 도인이 누구나 안다. 그러나 색과 소리로 영산을 표현하며 여래를
면 단가. 중생이 알아듣게 설명해야지.’ 하면서 휴지통에 넣 떠올려야 하는 중생에게 영산재가 필요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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