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고경 - 2016년 2월호 Vol. 34
P. 60

선사, 주인공의 삶               ●   글 _ 이인혜                                  결여되어 있고 겹겹이 막혀있을 뿐이다. 결여된 부분을 채우
                                                                               고 막힌 것을 뚫으면 그것이 원 (圓)이고 통(通)이다. 부처님이
                                                                               아난에게 자꾸만 무엇 무엇이 보이느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
         굴곡성과 경직성,                                                             다. 아난은 시력을 최대한 늘려서 사바세계 전체를 보았다가

                                                                               차츰차츰 거두어 들여 지금 앉아 있는 방 안에서 처마와 지
         사바세계의 소리들                                                             붕만 보인다고 대답한다. 범부의 눈으로도 순간에 해와 달을
                                                                               볼 수 있으니 이 어마어마한 근의 성능을 수행의 기초로 삼
                                                                               으라는 것이 이 경의 가르침이다.
                                                                                 그 중에서도 왜 하필 소리 듣는 것이 제일인가. 사바세계
                                                                               중생은 이근(耳根)이 특히 발달해 있어서 세간법과 출세간법
           ●                                                                   의 깊고 세밀한 의미를 듣고 알아내기 때문이란다. 귀는 다
                     『능엄경』을 읽은 지 1년이 넘어 드디어 관음보                                른 근들에 비해 덜 막혀 있다. 눈은 담장을 넘지 못하고 코는
         살 이근원통(耳根圓通) 장을 지났다. 이 경에서는 스물다섯                                      가까이 들이대야 냄새를 맡고 혀는 입속에 넣어야 음식 맛을
         성자가 각자의 수행법으로 똑같이 원통을 얻는다. 첫 번째 교                                     느낄 수 있다. 그에 비해 귀는 언제나 열려 있고 먼 곳에서 나
         진여의 소리 [聲塵] 원통으로 시작해서 스물다섯 번째 관음보                                     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비록 종소리를 북소리로 착각할지
         살의 귀 [耳根] 원통으로 끝난다. 중생이 각각 다른 만큼 수행                                   라도 꿈속에서 꿈 바깥의 소리를 지각한다. 그래서 부처님이
         의 도구와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경이 추천하는 도                                     “몸이 녹고 목숨이 사라져도 듣는 성능은 결코 끊어짐이 없
         구는 근이고, 방법은 근의 작용을 돌이켜 성품을 보는 것이                                      다.”고 했다. 사바세계 중생의 귀는 닦아 증득하기 전에도 이
         다. 그중에서도 소리를 듣는 이근(耳根)을 으뜸으로 추천한다.                                    미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초심자도 도전해볼만 하
         교진여와 관음보살을 원통 장의 처음과 끝에 안배한 것이 이                                      고, 언제나 닦을 수 있으며, 효과가 빠르다는 점이 이 경에서
         를 잘 말해준다.                                                             귀를 추천하는 이유다.

                                                                                 귀의 대상인 소리는 크게 사람 소리와 물건 소리로 나뉜
           ● 이근(耳根), 중생이면 누구나 가진 것                                             다. 사람의 소리는 음운의 굴곡에 의미를 담기 때문에 굴곡
           근은 중생의 기능을 뜻한다.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성 (屈曲聲)이라 한다. 새소리나 물소리 등 의미 없는, 그냥 나
         독특한 역할을 기준으로 눈, 귀, 코라 나눠 부른다. 이 경에서                                   는 소리를 경직성 (徑直聲)이라 한다. 『정맥소』를 쓴 진감 선사
         는 중생의 근이 원래 무한하다고 본다. 다만 지금은 조금씩                                      는 우선 굴곡성부터 끊으라고 권한다. 굴곡성 중에서도 가장



         58                                               고경                   2016. 02.                                          59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