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고경 - 2016년 3월호 Vol. 35
P. 61

되돌아갈 수 있으리라.    을 모아두어야 하고. 일은 필요 없지만, 돈이 없다면 일이 있

          어야 하고. 혼자 있을 때도 즐거워야 하고. 죽음 앞에서 기뻐
 ※노사나불   비로자나(毘盧遮那佛) 부처님이다. 궁극의 진리를 의미하는   할 줄 알아야 한다. 아, 드디어 끝났구나!
 법신불(法身佛)이다. 진리 그 자체이므로 형체가 없으며 관념을 초월해 있다.
 법신불이 정신으로 나타나면 보신불(報身佛)이 되고(수행) 육체로 나타나면 응  그러나 지금은 무한증식의 후기자본주의 시대. 좀 더 높은
 신불(應身佛)이 된다(자비). 이른바 삼신불(三身佛) 사상이다.
 오랜 고행으로 부처가 되어 서방정토에 머무는 아미타(阿彌陀) 부처님은 보신  차원의 자유를 원한다면, ‘자유’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불이다. 진리가 인격화되어 이 땅에 온 석가모니(釋迦牟尼) 부처님은 응신불
 이다. 불자들은 대개 응신불에게선 현실의 고통을, 보신불에게선 죽음의 공
 포를 위로받는다. 결국엔 생사가 본래 없음을 일깨워 달관과 초연의 마음가  ※돌(咄)   선문답을 하거나 선지(禪旨)를 펼 때에 말과 행동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경지를 표현하기 위해 쓰는 의성어. 혀를 차는 모양의 ‘쯧쯧’과 비슷
 짐을 선사하는 것이 법신불의 역할이다. 살아도 한 세상, 죽어도 한 세상. 이
 리 살아도 죽고, 저리 죽어도 산다.     하다.
            ※암두 전활(巖頭全豁, 828~887)  중국 당대(唐代) 스님. 앙산 혜적(仰山慧寂)의
 ※남양 혜충(南陽慧忠, ?~775)   중국 당대(唐代) 스님. 어려서 6조 혜능에게
 수학하고 그의 법을 이었다. 숙종과 대종 두 황제가 극진히 모셨으나 환대에   문하에서 수행하다가 ‘몽둥이 교육법’으로 유명한 덕산 선감(德山宣鑑)의 법을
            이었다. 은둔하던 와룡산(臥龍山)에 학인들이 운집하면서 문중을 이뤘다. 시호
 연연하지 않았다. 혜능 문하의 5대 종장(宗匠) 가운데 하나다. 마조 도일의 남
 종선에 맞서 하택 신회와 더불어 북종선의 창달에 힘썼다. 경전을 공부하지   는 청엄(淸儼).
 않던 남종선과 달리 교학을 중시했으며 반드시 부처님의 말씀을 근거로 수행  ※나산 도한(羅山道閑, ?~?)   중국 당나라가 멸망한 직후 열린 5대(代)10
 하라 가르쳤다. 시호는 대증(大證).  국(國) 시대를 살았다. 구산(龜山)에서 출가해 수계한 뒤 전국을 유행했다. 석
            상 경저(石霜慶諸)에게 법을 물었으며 암두 전활(巖頭全豁)에게서 법을 얻었다.
            ‘나산기멸’이 그가 깨닫게 된 일화다.
 ●

 제43칙       ●

 나산의 일어나고 멸함(羅山起滅, 나산기멸)  제44칙
            흥양의 묘시(興陽妙翅, 흥양묘시)
 나산이 암두에게 물었다. “일어나고 멸함이 멈추지 않으
 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암두가 “돌(咄)!”하고 외쳤다. 그  어떤 스님이 흥양 청부(興陽靑剖)에게 물었다.
 리고 말했다. “누가 일어났다 멸했다 하는가?”  “사갈(沙竭) 용왕이 바다에서 나오니, 건곤(乾坤)이 고요
             한데 마주 보면서 다가설 때의 일이 어떠합니까?”
 자유로우려면, 조금은 포기해야 하고. 조금은 양보해야 하  흥양이 일렀다. “묘시조(妙翅鳥)가 우주에 나섰으니, 거기

 고. 일단은 내려놓아야 하고. 단칼에 잘라야 하고. 평판으로  에 머리를 내밀 자 누구인가?”
 부터 초연해져야 하고. 사람을 가려 사귈 줄 알아야 하고. 돈  스님이 다시 물었다. “홀연히 머리를 내미는 자를 만날 때



 58  고경   2016. 03.                                         59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