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16년 6월호 Vol.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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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복지관 난방비 7백억 삭감’,   네는 더 이상 그런 곳에서 예수와 부처를 찾기는 힘들었다.

 위정자들이 단번에 이런 결정을 내리면 겨울 내내 추위에 떨  그렇다면 재산이라고는 배낭 하나밖에 없는, 말 그대로 ‘길을
 어야 하는 많은 장애인들을 보고, 일개 복지사로 활동하는   떠도는 거지’가 이 시대 예수의 사랑과 부처의 자비를 느낀
 것에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아무리 아껴 쓰고 분리수거를 잘  곳이 어디였을까? … 둥글이가 체험한 그곳은 바로 ‘공중화
 하고 화학제품을 쓰지 않아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은 무  장실’이다.
 서운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그는 70억 인구 하나하나가 ‘잘   많은 교회와 절이 재력에 비례해 사람을 대우한다. 하여 나

 먹고 잘 살려는’ 일상적 욕망으로부터 지구의 모든 문제가 시  처럼 가진 것 없는 유랑자에게는 텐트 칠 주차장 공간도 허락
 작되고 있음을 어렴풋이 깨닫고,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이 문  되지 않는다. 그와 달리 공중화장실은 사람들을 오는 순서대
 제를 해결해줄 수 없음을 깨닫고, 무엇보다도 70억 인구 중   로 받아들이고, 차별 없이 싸게 하며, 필요한 만큼 머물게 한

 하나인 자신의 ‘일상적 야만’으로부터 벗어나야할 필요를 느  다. 이 시대 예수의 사랑과 부처의 자비가 머무르는 거의 유
 꼈다. 그래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혼자서 길을 나선 것이다.  일한 곳. 그렇게 유랑자 둥글이에게 공중화장실은 축복이 넘
 유랑의 삶에서 매일매일 텐트 칠 곳과 물과 먹을 것을 구  치는 성전이 되었다. 둥글이의 이러한 화장실에 대한 찬양은
 해야하는 그도 절과 교회와 성당의 문턱이 높음을 절감했다.   화장신을 모시는 ‘둥글교’를 창시하게 했고, 둥글이는 그 둥
 수차례 문전박대를 당한 그는 오히려 무덤 옆이 야영하기 좋  글교의 1대 교주이다.

 다고 한다. 자기를 쫓아내는 민가의 정착민과는 달리, 무덤
 주인들 중에는 문 열고 나와 쫓아낸 귀신은 아직 없다고 한  그래서 그는 공중화장실을 ‘화장성전’이라 부른다. 한번은
 다. 그가 둥글교를 창시하고 교주가 된 사연과 함께 그의 사  배탈이 나서 찾아간 공중화장실 문이 닫혀 있어서 이런 신음

 상을 들어보자.  을 토해냈다고 한다. “화장신이시여! 당신의 성전을 찾지 못하
          게 막는 저들(공원관리자)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스스로가 무
 종종 예외는 있었지만, 나그네를 박대하는 절과 교회, 성당  엇을 했는지 모르나이다!” 고통에 신음하던 그가 마을회관
 의 모습은 일반적인 것이었다. 유랑 초반에는 예수의 사랑과   화장실까지 오리걸음으로 오백 미터를 가서 일을 보고 나니,
 부처의 자비를 구하러 절이나 교회, 성당을 찾아다녔지만, 반  그 화장실 위로 서광이 비치면서 화장신이 현신해서 이런 법

 복되는 박대를 버티지 못하여 그 후로는 아무리 잘 곳이 없  음을 남겼다고 한다. “아침 먹고 배불러 뒤가 무거운 자들아,
 어도 교회와 절, 성당은 찾아가지 않았다. 가진 것 없는 나그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싸게 하리니…” 그리고 둥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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