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고경 - 2016년 6월호 Vol.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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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주인공의 삶 ● 글 _ 이인혜 10만원이면 2억이겠네.” “암튼 억 소리 나는구나.”
법당에 들어가 절하고 불단 앞으로 가서 부처님을 우러러
보며 복전함에 돈을 넣었다. 돈이 복전함에 떨어지는 그 짧은
초파일, 순간에, 나의 옥체보전과 지금 하는 알바가 잘 끝나기를 빌었
다. 돌아서며, 아참, ‘남을 위해 기도하라’ 그러셨지. 참 어려운
교주와 함께 일이구나 했다. 친구도 지갑에서 돈을 꺼내 복전함에 넣으며
나보다 몇 배 많은 찰나를 부처님과 대화하는 듯했다. 이십대
자녀가 둘이나 있으니 그 기도에 얼마나 절절한 마음을 담았
겠는가. 그러나 친구는 연등을 달지 못했다. 고단한 노동으로
버는 적은 수입에, 초파일 연등은 문턱이 높은 것이다.
초파일에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벼르던 책을 읽었다. 어
● 느 방송 인터뷰에서 저자를 보고 관심이 쏠려 그의 책을 사
초파일 며칠 전에 정심사에 가서 연등을 달았 놓고 읽지 못했다가, 흐르는 침을 닦으며 책뚜껑을 열었다.
다. 부처님 덕분에 밥도 먹고 법도 먹는 불제자로서, 돈 내고 지은이는 박성수, 책 제목은 『둥글이의 유랑투쟁기』(한티재,
연등 달기는 난생 처음이라 감회가 깊었다. 그렇다고 신심이 2014), ‘자발적 가난과 사회적 실천의 여정’이라는 부제가 붙
장해진 건 아니고 형편이 좀 나아진 것이다. 이 또한 부처님 어 있다. 둥글이는 그의 필명이다.
덕분이라 감사하고 감사했다. 연등 접수번호가 333인데, 그 그는 길바닥 떠돌이다. 2006년 8월부터 지금까지 거의 10
숫자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냥 기분이 좋았다. 년을 떠돌고 있다. ‘산천경개 좋고 바람 시원한 곳’이 아니라
초파일 하루 전에 동네 친구의 청으로 집에서 가까운 절에 방방곡곡 크고 작은 도시를 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배
갔다. 절은 행사 준비로 한창 바쁜 중이었다. 마당을 지나 법 우고 전단지를 나눠주며 일인 캠페인을 벌인다. 그는 집도 절
당으로 올라가다가 친구가 머리 위에 달린 연등 꼬리표를 보 도 없다.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없고 오직 걸어서 이동하고 텐
고 물었다. “헉! 2547번이야. 그럼 이 절은 초파일에 얼마를 트치고 자며, 구걸도 한다. 그가 자발적으로 가난을 선택한
버는 거야?” “절에 다녀도, 거기까진 나도 몰라. 계산하기 복 이유는 중생이 아프고 지구가 아프기 때문이다.
잡하니까 그냥 2천 명이라 치고, 등 하나에 5만원이면 1억, 그는 원래 사회복지사로, 환경운동가로 일했다. 그러나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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