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고경 - 2016년 7월호 Vol.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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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이 총민하시고 안광이 남 달랐으며 다섯 살에 능히 석학들의 불교학연구 관련 신종 서적들을 섭렵하면서 도
글을 짓고 시를 쓰니 모두 천재신동이라 놀라 하였습니다. 광(道光)을 깊이 갖추었습니다. 56세인 1967년 7월에 가야
소학교를 졸업하고 서당에서 ‘자치통감’을 마친 뒤로는 남 산 해인총림 초대 방장에 추대되시고 ‘백일법문’ 법회를 열
에게 더 이상 배운 바가 없이 스스로 학문을 대성하셨습니 어 무량중생을 화도하기 시작하셨습니다. 70세인 1981년
다. 일찍이 소년 시절부터 진리를 탐구하기 위하여 모든 제 1월에 대한불교조계종 제6대 종정에 추대되시어 후학들
자백가의 경서와 신학문을 섭렵하였으나 이는 진여 (眞如) 을 제접하시다 1993년 11월에 세수 82세, 법랍 58세로 열
의 문에 들어가는 길이 아님을 깨닫던 즈음 한 노승으로 반에 드셨습니다. 다비식에는 30리 밖에서부터 인산인해
부터 영가 스님의 『증도가』를 받아 읽고 홀연히 심안(心眼) 를 이루니 큰스님을 떠나보내는 마음의 숭고함과 애도의
이 밝아짐을 느꼈습니다. 장엄함은 이루다 말할 수 없었습니다.
20세 이후부터 불교에 심취하게 되어 지리산 대원사 탑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스스로 깨쳐서 우주 만법의
전에서 용맹정진하기 40여일 만에 마음공부가 동정일여 (動 근본을 바로 알고 보니, 모든 중생이 부처님 당신과 똑같
靜一如)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화두참선에 확신을 가지고 이 무한하고 절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마침내 1936년 봄 25세에 가야산 해인사로 입산하여 백련 그러므로 이런 절대적이고 무한한 능력만 발휘되면 모두가
암의 동산 스님을 은사로 수계득도하고 29세 때 대구 동화 스스로 절대자이고 부처입니다. 부처가 따로 있고 절대자
사 금당선원에서 마침내 칠통을 타파하고 오도송(悟道頌) 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일체중생 모두가 부처님과 같은
을 읊으셨습니다. 이후로 10여년 가까이 장좌불와(長坐不 영원한 생명과 무한한 능력을 가졌다는 이 말씀이야말로
臥)로 고행정진 하시니 언제나 안목이 투철하여 그 선기(禪 인류역사상 위대한 발견이라고 모두 탄복하고 칭송하는 것
機)를 당할 자가 없었습니다. 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이런 능력을 가질 수
광복 후 36세 때 1947년 가을에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곧 ‘마음이 부처 (卽心卽佛)’, 오직 자
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높이 드니 훗날 교단정화의 초석 기 마음을 알고 마음을 깨쳐야 합니다. 비유하자면 마음
이 되었습니다. 44세인 1955년 가을에 대구 팔공산 파계 을 깨친다는 것은 꿈을 깨는 것과 같습니다. 꿈속에서 깨
사 성전암으로 옮겨 주위에 철망을 치고 10년을 동구불출 어난 사람이 아니면 꿈을 꾸는 것인 줄 모르는 것과 같이
(洞口不出)하시며 팔만대장경과 선종어록, 남전대장경, 물리 마음을 깨친다는 것도 실지로 마음의 눈을 떠서 깨치기
학, 열역학, 위상 수학 등의 개론서와 각종 영문 잡지, 일본 전에는 이해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4 고경 2016. 0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