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16년 9월호 Vol.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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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齋)가 있다던데, 큰스님께서도 가시겠습니까?” 위산은   (戒)와 통한다. 내가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올곧게 기도해야

 벌러덩 드러누웠다. 철마는 나가버렸다.   만, 영가가 윤회의 사바세계를 벗어나 극락세계에서 영영토록
          편안히 잠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욕되고 억울했던 이승일랑은
 유교문화에 속한 한국인들은 제사에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빨리 잊으라’는 권고도 담겼다.
 불교 고유의 의식인 재 (齋)와 혼동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고  제사와는 달리, 죽은 자들을 향한 위로와 자비가 재 (齋)의
 인의 극락왕생을 비는 ‘천도재’를 ‘천도제’라 표기하는 우를   진면목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제’에든 ‘재’에든 상다리가 휘어

 범하기도 한다. ‘재 (齋)’와 ‘제(祭)’는 한끝 차이의 글자이지만,   질 만큼의 음식이 제공된다. 사람들은 음식을 마구 밀어 넣
 엄밀히 다른 차원의 개념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전자는 ‘영  은 입으로 말을 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인생의 서글픔을 논하
 원히 떠나시오’이고, 후자는 ‘언제든 오시오’로 상반된 특징을   고 먼저 간 인생의 곡절과 단점을 안주삼아 씹으면서 거하게

 갖는다.     한 끼를 때운다.
 ‘祭’라는 한자는 月+又+示의 조합이다. 여기서 ‘月’은 하늘  유철마는 위산영우(潙山靈祐) 선사에게 출가한 비구니 스
 의 달이 아니라 고기[肉]를 일컫는 ‘육달월’이다. 육달월에   님이다. 성미가 날카로워 ‘철마’라고 불렸다 전한다. 문답은 전
 ‘또 우(又)’와 ‘보일 시(示)’가 붙었으니, 종합하면 ‘고기를 겹겹  반적으로 ‘한가로움’의 의미를 묻고 있는 것 같다. 문수보살의
 이 쌓아 내보인다’ 곧 ‘돌아가신 혼령을 위해 진수성찬을 대  성지인 오대산에 크게 잔치가 열리니, 온 산이 입들로 미어터

 접한다’는 의미다. 결국 유교의 산물인 제사의 핵심은 “정성  질 것이다. 착어 (着語)에는 “어린 중일수록 부처를 자주 들먹
 껏 음식을 준비했으니 어서 오셔서 맛있게 드시고 후손들을   이고 늙은 장수는 병졸의 일을 입에 담지 않는다.”고 쓰였다.
 음덕 (蔭德)으로 보살펴 달라”는 청원이다. 죽은 자들을 위한   완전한 삶은, 스스로에 대해 소개하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봉양과 추모의 성격도 적지는 않으나, 요점은 살아 있는 자들
 의 이익과 행복에 맞춰져 있는 셈이다.    ●
 반면 ‘齋’는 ‘가지런할 제 (齊)’에 ‘보일 시(示)’를 합친 것이  제61칙
 다. 제사와 마찬가지로 음식을 만들어 내보인다는 행위는 비  건봉이 한 획을 긋다(乾峰一畫, 건봉일획)
 슷하다. 그러나 그 전에 음식을 바치는 마음이 청정하고 반듯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식의 규모보다는 의식을 치르는 정  어떤 승려가 건봉(乾峰)에게 물었다. “시방의 박가범(薄伽
 신을 중시한다는 점이 특색이다. 그런 맥락에서 재 (齋)는 계  梵)이 한 길로 드신 열반문이 있다는데 그 길은 어디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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