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고경 - 2016년 10월호 Vol. 42
P. 7
우리들 선가(禪家)에 있는 사람이라면 임제종이든지 조동 더듬어 부처님 말씀을 완전히 기억해서 법문을 수집해서 후
종이든지 무슨 종이든지간에 『임제록』은 꼭 읽고 알아야 합 대로 전해야 한다.”고 소위 제1차 결집을 선언했습니다. 그런
니다. 말할 것 없이 정진만 잘하면 그만이지만, 상식적으로도 데 그 대중 가운데 나중에 부처님 10대 제자 중에 ‘다문제일’
알아야할 어록인데, 요사이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임제록』의 이라는 아난 존자가 부처님 법문을 가장 많이 기억하고 있었
보급이 잘 안 돼 있습니다. 습니다. 부처님 시자를 25년 동안 했고, 부처님 법회에 참석
그래서 앞으로 내가 『임제록』을 좀 평설해 볼까 하는 생각 하지 않은 일이 없었고, 또한 아난 존자가 출가하기 전 법회
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럼 어째서 선 (禪)이나 교(敎)나 불법 에는 참석은 못했지만 다른 스님들에게 들어서 다 기억하고
은 똑같은데 무종 폐불 사태에 선과 교가 근본적으로 타격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아난 존자를 빼고서는 부처님 법문을
을 만났는데 교종은 다시 재기를 하지 못하고 선종만이 그전 결집할 수 없는 그런 현실이라고 대중 스님들은 다 그렇게 생
보다도 더 융성한 상황을 이루었느냐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가섭 존자가 “500아라
있을 것입니다. 앞에서 학자들의 정치, 경제, 사회적 결론을 한이 모여 부처님 법문을 수집하는 중요한 모임을 가지게 되
잠깐 소개했습니다만 그 원인을 캐보면 저 부처님 당시까지 었다. 여기는 사자굴로서 사자만 모여 있는데 여우가 한 마리
올라가야 된다고 봅니다. 쉽게 말하면 선시불심 교시불어 (禪 섞여 있다. 그 여우새끼는 사자굴에 들어올 수 없으니 쫓아내
是佛心 敎是不語), 즉 선은 부처님의 마음을 전하고 교는 부처 라.”고 하였습니다.
님 말씀을 전하는 것이다 이 말입니다. 대중들이 어리둥절해 있으니, 가섭 존자가 노발대발하면서
선이라는 것은 가슴속에 든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깊고 아난 존자를 가리키면서 “바짝 마르고 옴오른 여우 새끼야,
알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부처님 말씀을 기록으 사자굴에 어른거리지 말고 두말 말고 어서 나가라.”고 하면서
로 전하는 것은 밥 얘기를 하는 것이고, 마음으로 전하는 것 문 밖으로 쫓아내고 문을 확 닫아 버렸습니다. 할 수 없이 아
은 직접 밥을 먹는 것과 같다고 말씀했습니다. 선을 교 밖으 난 존자가 결집에 참석을 하지 못하고 쫓겨나 비야리성으로
로 따로 전했다(敎外別傳)고 함은 부처님 당시에도 그런 사실 가서 용맹정진을 했습니다. 거기에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
이 있었나 하고 살펴보면 부처님 돌아가시고 난 다음 이것이 는데 상세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고 마침내 아난이 확철히
완연히 드러났습니다. 깨쳤습니다. 그래서 다시 가섭존자를 찾아가니 인가를 하면
부처님 돌아가시고 난 후 상수제자인 가섭 존자가 대중을 서 “아난이 이만하면 부처님 법을 바로 깨쳤으니 법문 결집하
모아서 “부처님께서 돌아가셨으니 우리가 서로서로 기억을 는 데 대변할 수 있는 자격을 구비했다.”고 하였습니다.
4 고경 2016.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