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16년 11월호 Vol.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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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 힘이 오래 간다. 원력(願力)은 소원과 노력의 준말이다.   상해할 필요는 없다. 의견이란 그저 한순간 생각일 뿐이어

 소원이 아무리 드높아도 노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하루 종일   서, 덧없고 허망하다. 본래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
 낫을 봐도 기역자를 떠올리지 못한다. 반면 목적의식 없이 무  다. 더구나 자존심은 반드시 나에게 손해만 가져다준다. 열불
 작정 일만 하면 잠시도 엉덩이를 붙이지 못한 채 평생 고생만   나게 하고 밤잠을 설치게 한다. 증오의 과보는 상대가 아니라
 하다 갈 팔자다.   나만을 직격한다. 나를 위하려는 마음은 결국 나를 죽이는
 머리든 꼬리든 한쪽만 가져도 결국엔 절름발이 인생이다.   마음이다.

 말만 번드르르한 자는 역겹다. 발만 동동 구르는 자는 지친
 다. 그렇다면 소원도 정당하고 노력도 애틋하다면 능사일일   ●
 듯싶은데, 그게 또 아니다. 갓난쟁이가 어렵사리 수저를 들어   제68칙

 일껏 밥을 먹는다손, 그게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될까. 세상 돌  협산이 칼을 휘두르다(夾山揮劍, 협산휘검)
 아가는 이치가 원래 오묘한지라, 일정한 손해와 울분은 깔고
 가야 한다.      어떤 승려가 협산선회(夾山善會)에게 물었다.
             “쓰레기를 헤치다가 부처를 발견하면 어떡해야 합니까?”
 ●           “바로 칼을 휘둘러야 한다.”

 제67칙        이번엔 석상초원 (石霜楚圓)에게 가서 똑같이 물었다.

 화엄경의 지혜(嚴經智慧, 엄경지혜)  “그에겐 국토가 없으니 어디서 그를 만나겠는가?”
             승려가 돌아와 석상의 말을 협산에게 고했다.

 『화엄경』에 이르되 “내가 이제 모든 중생을 두루 관찰하  협산이 법당에 올라 다음과 같이 법문했다.
 니 여래의 지혜와 덕상(德相)을 갖추었건만, 오직 망상과   “문정 (門庭)의 시설은 노승에게 미치지 못하거니와, 진리
 집착 때문에 증득하지 못할 뿐이다.” 하였다.   에 대한 안목은 석상이 100보쯤 앞서가는구나.”


 타인과 의견일치를 보지 못해 난감했던 경험. 누구에게나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살불(殺佛)의 가치는 모든

 있을 것이다. 이를 단박에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내 의  의미의 무의미화에 있다.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 훌륭하다는
 견을 버리면 된다. 하자는 대로 하면, 만사형통이다. 자존심   생각, 비싸다는 생각이 늘 사람의 기를 죽이고 목마르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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