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고경 - 2017년 1월호 Vol.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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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결시켰다. 이제 겨우 첫 발자국을 내 디뎠다. 작은 소득을 그 속에 ‘물에 빠진 개는 … 대부분 때려야 할 부류에 속한다’
얻어냈을 뿐인데 승리감이 만만치 않다. 아직 해결된 건 없고 는 소제목이 있는데 이 글이 요즘 우리 상황을 대변한다. 그
더 큰 문제가 뒤에 층층이 버티고 있는데도 말이다. 대통령은 는 “물에 빠진 개를 때리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물러나야 하고 그녀를 조종하여 권세를 부리고 이득을 챙긴 고 하면서 논설을 펼친다. 여기서 개는 악랄한 세력가를 비유
자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기필코 벌을 주어 다시는 한다. 물에 빠진 것은 내가 그 개와 싸우다가 겨우 물에 처넣
악을 저지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악하고 앞 은 경우를 말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다시 나오지 못하도록 때
으로도 가장 깊은 독을 뿜을 세력은 역시 돈을 쥔 세력이다. 려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 이유를 들어 보자.
그들은 몇 %도 안 되는 지분으로 온갖 수를 써서 기업 전체
를 지배하고 정치권을 조종하고 언론과 검찰까지도 쥐고 흔드 “듣건대 용감한 권술가는 이미 넘어진 적수를 절대 치지 않
는 무지막지한 힘을 행사한다. 이번에도 청와대에 돈을 뺏겼 는다고 하는데 그것은 실로 우리의 모범으로 될 만한 일이
다면서 피해자인 양 하는 걸 보면 교활하기 그지없다. 그들이 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한 가지 더 부언해야할 것이 있다고
나쁜 줄 알면서도 우리는 이제껏 어쩌지 못했다. 이런 악한들 생각한다. 그것은 적수 역시 용감한 투사여서 패배한 후에
이 최소한 눈치라도 보게 될 때까지 촛불을 놓을 수가 없다. 는 참회를 느끼고 다시 덤벼들지 않거나 또는 정정당당하
지금 이 상황을 예견했는지, 90년 전인 1926년 1월에 노신 게 달려들어 복수하는 자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은 ‘페어플레이는 뒤로 미루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써서 악 는 다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개에 대해서 이런 실례
랄한 세력가가 잠시 실각했을 때 여지를 두고 봐줘서는 안 된 를 적용하여 대등한 적수로 간주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개
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글은 임어당이 한 달 전에 발표한 ‘페 는 아무리 미친 듯이 짖어대어도 기실 ‘도의’라는 것을 모
어플레이에 대하여’라는 글을 반박하기 위해 쓴 것이다. 1920 르기 때문이다. 황차 개는 헤엄칠 줄 아는지라 꼭 언덕에
년대 중국의 문단과 언론계는 진영을 이루고 공방전을 치르느 기어 올라올 것이며 주의하지 않으면 몸을 부르르 떨어 사
라 매우 시끄러웠다. 그중에서도 노신은 가장 날카로운 논객 람들의 얼굴과 몸에 물방울을 덮씌워놓고는 꼬리를 끼고
이었고 상대 진영을 심히 몰아붙였다. 그의 비수에 찔린 반대 뺑소니쳐버릴 것이다. 그러나 연후에도 본성은 의연히 변하
편 논객들은 사납게, 혹은 점잖게 욕하며 그에게 반격을 가했 지 않는다. 성실한 사람들은 그놈이 물에 빠진 것을 세례를
다. 임어당은 페어플레이 운운하면서 좀 젊잖게 에둘러 말한 받은 것으로 보고 잘못을 뉘우쳤을 것이니 다시는 사람을
셈인데, 이에 대해 노신이 다시 이의를 제기한 것이 이 글이다. 물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것은 대단한 오산이
● 고경 2017. 01. 58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