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17년 1월호 Vol.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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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靈衣)는 수의(壽衣)다. 효만(孝滿)이란 ‘효도를 다 했다’   ‘머묾 없는 근본으로부터 온갖 법이 세워졌다’고 했는데 어떤

 또는 ‘효도할 만큼 했다’는 뜻으로 돌아가신 어른에 대한 장  것이 ‘머묾 없는 근본’입니까?” “형상은 본질 이전에 일어나고
 례를 마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름은 이름 없는 데서 일어나느니라.”
 결혼식장만큼이나 가기 싫은 장소가 장례식장이다. 시체를
 치우기 위해 어마어마한 비용과 체력을 소진하는 이들을 바  문수 보살이 유마 거사에게 물었다. “몸은 무엇으로 근본
 라보고 있는 게 몹시 측은하다. 나는 나의 임종도 이러한 마  을 삼는가?” “탐욕으로 근본을 삼는다.” “탐욕은 무엇을 근본

 음으로 버려져있기를 간곡히 기도한다.     으로 삼는가?” “허망한 분별을 근본으로 삼는다.” “허망한 분
 ‘영의를 걸치기 전의 일’이란 삶을 가리킨다. 곧 ‘어떻게 살  별은 무엇으로 근본을 삼는가?” “왜곡된 생각으로 근본을 삼
 아왔느냐 잘 살아왔느냐’는 게 승려의 물음에 배인 속뜻이다.   는다.” “왜곡된 생각은 무엇을 근본으로 삼는가?” “머묾 없음

 그리고 탈상을 했다는 건 살아온 내용이나 가치에 대해 가타  을 근본으로 삼는다.” “머묾 없음은 무엇으로 근본을 삼는
 부타 하기 싫다는 거다. 이미 삶을 초탈했는데, 성품이 어땠느  가?” “머묾 없음은 근본이 없다.”
 니 업적이 컸느니 인맥이 화려했느니…. 부질없는 껍데기를 가  형상의 기반은 본질이지만 정작 본질은 없다. 이름의 기반
 지고 나를 희롱하려 드느냐는 핀잔이기도 하다.  은 이름 없음이건만 정작 이름은 없다. 그러고 보니 ‘무엇으
 몸에 의지하는 삶은 필연적으로 혼곤하다. 몸을 먹이겠다  로 근본을’이라 쓰든, ‘무엇을 근본으로’라 쓰든, 문맥이 통한

 고 불철주야 뛰어다니는 일이 서글프다. 더구나 결혼을 하면   다. 이러구러 살아간다. 어떻게든 굴러간다. 강에 둑을 쌓는다
 남의 몸까지 먹여야 한다. 이렇게 내게 할당된 몸을 먹이겠다  해도 강물은 흘러간다. 앞쪽으로 가던 길을 위쪽으로 선회할
 고 남의 몸을 건드리고 골려야 하는 일은 치사하다. 글줄 몇   뿐. 흐름이여 진정한 근본이여. 흘러가는 흐름이어도 좋고 흘

 개를 쓰겠다고 줄담배를 무는 처지가 너무나 한심스럽다. 이  러넘치는 흐름이어도 좋다. 그대를 믿고 흐르리라. 천하의 근
 승에서 드는 마지막 술잔이 그립다.  본 없는 놈이 되어 밟혀도 흐르고 욕되어도 흐르리라.


 제74칙 — ●  장웅연   _ 집필노동자.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조사선(祖師禪)에 관
          한 수업을 몇 개 들으며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2002년부터 불교계에서 일하고 있다. ‘불교신
 법안의 본질과 이름(法眼質名, 법안질명)  문 장영섭 기자’가 그다. 본명과 필명으로 『길 위의 절(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
          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선문답』,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 『눈부시지만, 가짜』,
          『공부하지 마라-선사들의 공부법』, 『떠나면 그만인데』, 『그냥, 살라』 등의 책을 냈다. 최근작
 어떤 승려가 법안문익(法眼文益)에게 물었다. “경전에 이르기를   은 『불교에 관한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물음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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