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고경 - 2017년 2월호 Vol.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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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들이 가득하다. 원택 스님 또한 그 당시에는 야구 경

                                                                               기도 보고 동창도 보고 싶은 마음에 그만 입장권을 사서 들
                                                                               어갔던 것이 무척 이해되었다. 나 역시 친구들도 보고 싶고 재
                                                                               미있는 야구 경기도 보고 싶어 들어갔을 것 같다.
                                                                                 삼천배를 하며 다리도 아프고 힘들다 보니 세속에서 편안
                                                                               하고 달콤했던 기억이 안 떠올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철

                                                                               스님처럼 8년 동안 눕지 않고 선 (禪)을 하신 분도 계신데 삼천
                                                                               배를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나 싶어 이를 악물고 했던 것 같
                                                                               다. 또한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삼천

                                                                               배를 죽어도 못 하겠다 생각하면 진짜 하기 싫은 생각이 머릿
         포교원장 지홍 스님과 원택 스님을 비롯한 수상자들이 자리를 같이 했다.                               속을 지배하지만 할 수 있다 생각하니 삼천배를 하는데 몸이
                                                                               그리 가벼울 수 없었다. 모든 것은 나로 인해 시작된다는 것을
         마음이 항상 여여하고 편안한 것을 추구하게 되었다.                                          알고 난 뒤 어떤 일이 닥쳐도 덤덤할 수 있게 되었다.
           ‘백련암의 텔레비전 (p.201)’을 보면 원택 스님께서 성철 스님                                 시봉이야기는 시봉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성철 스님의 법

         의 심부름으로 서울에 가시게 되었는데 동대문야구장 앞을                                        문 내용과 불교 교리에 대한 내용이 같이 들어가 있어 재밌기
         지나다가 모교인 경북고가 출전하니 입장권을 사서 들어간                                        도 하고 진지하게 불교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어 좋았다.
         이야기가 나온다. 마침 그때 상좌들과 같이 계셨던 성철 스님                                       해인사와 가까운 마장 마을이 어려울 때 성철 스님께서 당

         께서 안마를 받으면서 텔레비전을 켜게 되었다. 원택 스님의                                      신에게 보시 들어온 내복을 깨끗이 빨아 주시는 장면이 나
         차림세가 남달라 카메라에 잡힌 순간 마법같이 성철 스님과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었다. 지난 날 내가 잘나고 예쁘다고
         상좌들께서 그 장면을 본 것을 재밌게 그려냈다.                                            생각하며 내 욕심만 챙기고, 남을 시기 질투했던 내가 먼지보
           사실 이 페이지를 넘기면서 많은 생각과 감정이 일어났다.                                     다도 작아져 숨어버리고 싶을 만큼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닫
         스님의 삶이 쉽다고 생각했지만 속세와 인연을 끊고 오직 수                                      게 해주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성철 스님이 살아 있

         행에만 집중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세상                                    는 부처라는 생각을 했다.
         에는 너무나 재미있는 일들 천지이며 맛있는 음식들, 예쁘고                                        11월 11일 입재였던 올해 마지막 아비라기도에 감사히도 동



         ● 고경                                           2017. 02.                                                                1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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