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17년 2월호 Vol.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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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하게 되었다. 항상 아비라기도가 반쯤 끝나면 과일과 떡 가야할 길을 찾은 듯하다. 출가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하겠지
을 주시곤 한다. 여름에는 시원한 수박을 몇 통이나 갈라 먹는 만 때가 되면 하리라 믿는다. 이 독후감을 쓰는 동안 인생에
지 모를 정도로 많이 먹었다. 성철 스님께서 살아 계실 때 아 대해서 생각하고 점검할 수 있었으며 불교에 대해 더 깊고 심
비라기도를 하면 수박의 빨간 부분을 다 먹지 않은 채 버리는 도 있게 생각할 수 있었다. 한 글자씩 써 내려갈 때마다 태어
보살님들이 있었다. 그러면 쓰레기통에 버렸던 수박껍질을 다 날 때 잃어버렸던 나의 뜻과 길이 조금씩 드러나 한 걸음씩
시 깨끗이 먹게 했다고 한다. 이번 아비라기도 중반쯤 그 장면 내디딜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태어날 때 가지고 왔던 뜻을
이 생각나 보살님들이 깎아 놓고 남아 말라 비틀어졌던 몇몇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과일들을 성철 스님께 혼날까 다 먹어치웠던 기억이 난다. 시봉이야기는 중요한 시기에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도록 도
5월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와 지금은 느낌이 조금 다르 와준 책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내가 해야 할 일은 불교 공부
다. 100일 기도와 21일 기도를 마친 지금, 예전보다 더 성숙하 를 하여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해주
고 생각이 더 깊어져서 그런 것 같다. 지금은 출가에 대해 마 었다. 봉암사 3년 결사를 읽으면서 발심하여 성철 스님처럼
음이 호의적으로 바뀌어 출가할 생각이 조금 있기도 하다. 한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도록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이 굳게 들었
번 본 책은 다시 펼치지 않는 나지만 이 책은 여러 번 심도 있 다. 더 나아가 한국 불교를 이끄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하였다.
게 읽었다. 출가한 삶이 보통 일은 아니지만 영원한 진리를 위 정법 (正法)을 만나 읽은 많은 책들 중에 나에게 처음으로
해 모든 것을 버리고 열반에 드신 성철 스님이 책을 읽고 난 불교의 문을 열어준 이 책이 지금까지도 매우 고맙다. 원택 스
뒤에도 자꾸 생각난다. 님께서 성철 스님을 시봉하시면서 그려나갔던 에피소드들이
요즘에는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깊게 고민하고 있 재밌기도 하고 대중들이 읽기에도 부담이 적어 자연스럽게
다. 사실 100일 기도와 21일 기도를 끝낸 뒤 다시 예전으로 읽는 이의 마음에 불교가 녹아질것 같아 불교를 처음 접하
돌아가 학교 다니며 친구들과 추억 만들고 연애하고 결혼하 는 친구들이나 궁금해 하는 친구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
는 평범한 삶을 생각했었다. 아직 세속에 미련이 남았기 때문 이다. 그리고 성철 스님의 법을 전하고 계신 원택 스님께 너무
이다. 그러나 독후감을 쓰다 보니 정신적으로 허망하고 무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성철 스님의 법을 많은 분들
했던 기억이 나면서 그나마 연락했던 몇몇 친한 친구들과도 이 기억하고 많은 신도 분들이 전하고 있다는 것은 원택 스님
인연을 끊어버렸다. 이 책으로 큰스님의 법을 힘써 전하여서라는 생각이 든다. 만
시봉이야기를 다시 읽고 독후감을 쓰게 되면서 진짜 내가 나기 힘든 정법을 만나게 되어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 고경 2017. 02. 16 17